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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그룹, 11번가로 '드래그앤콜' 한계 실감 [주간 '딜'리버리]
SK스퀘어 11번가 콜옵션 미행사
선관 의무 충실 vs 시장 신뢰 흠집 '분분'
경제적 실질 '풋옵션', FI 협상 셈법 변화 주목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재무적투자자(FI)를 적극 활용하는 SK그룹이 드래그앤콜(Drag & call)의 시장 눈높이를 체감했을 전망이다. SK스퀘어가 11번가 FI의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행사에 앞서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포기한 것을 두고 시장 의견이 분분했다.

SK스퀘어는 선관 의무에 충실한 의사결정이지만 FI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도 불가피하다. 시장에서 드래그앤콜의 경제적 실질은 '풋옵션(상환청구권)'으로 정의하는 만큼 앞으로 FI와 협상에서 약정 등이 바뀔지 주목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FI와 동행하는 곳은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SK온, SK에코플랜트, SK에코엔지니어링, SK E&S 등 상당수다. 이들 대부분 FI와 주주 간 계약 사항에 드래그앤콜을 포함했다. FI는 최대주주 지분을 끌어와 매각할 수 있고 지배주주는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FI 지분을 우선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드래그앤콜이 없는 경우에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발행사 측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FI의 엑시트를 돕는다.

표면상 콜옵션에 강제성은 없으나 약속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FI의 자금을 돌려주는 장치라는 점에서 풋옵션으로 여겨진다. FI 역시 최종 의사결정 전에 투자금 손실 위험을 제어하는 요소로 발행사의 콜옵션을 협상에 포함한다.

시장에서 통용되던 암묵적 약속에 변화가 생겨 눈길을 끈다. 최근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FI 측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1번가는 5년 전 올해까지 상장을 약속하며 FI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FI 측이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고 이보다 앞서 SK스퀘어가 FI 지분을 되사는 권리를 가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선택이지만 투자자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는 불가피하다"며 "'SK는 콜옵션 안한다'는 경험이 생긴 만큼 앞으로 투자자들이 신규 투자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거나 역점 사업을 키우기 위해 외부 투자자를 적극 활용해 왔다.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다양한 기관을 주주로 확보한 상태다. 올해만 해도 SK온, SK팜테코,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주요 계열사들이 FI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SK그룹이 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면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FI 측에서 투자 협상 단계부터 풋옵션을 요구할 경우 SK 측의 상환 부담은 커지는 구조다.

물론 SK스퀘어는 선관 의무에 충실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만약 11번가 콜옵션을 행사했다면 약속된 이자를 포함해 57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했다. SK스퀘어의 9월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이 566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보유 현금을 모두 소진해야 했다. 11번가 투자 유치 시점과 비교해 플랫폼 기업 밸류가 현저히 낮아졌지만 5년 전 가격으로 매입할 경우 SK스퀘어 주주에 돌아갈 실익도 제한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SK스퀘어가 11번가 FI의 엑시트를 돕기 위해 경영권 매각과 IPO 등 모든 방법을 추진했지만 기한 내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며 "콜옵션 행사 이전에 FI와 소통하고 잔여 지분에 대한 회수를 포기한 만큼 11번가 정상화를 위한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FI는 드래그얼롱을 통해 11번가 지분 100%를 처분할 수 있다. FI인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H&Q코리아의 주식 소유 비율은 18.18%다.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매각 대금 배분에서 FI가 선순위 주주다. SK스퀘어는 FI 측이 드래그얼롱을 통해 매각을 추진할 경우 실사 등에 적극 협조해 엑시트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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