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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스틱이 무슨 죄? 문제는 쓰레기…재활용 사업하는 SK·LG 그래서 대단”
밤방 캔드라 ‘다우’ 부사장 단독 인터뷰
“한국 기업과 친환경 소재 생태계 구축”
세계 첫 탄소제로 에틸렌 생산설비 건설
아시아 지역 매출 2030년까지 더블업
밤방 캔드라 다우 패키징 및 특수 플라스틱 아시아·태평양 영업 총괄 부사장은 지난 29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친환경 소재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LG화학, SK케미칼도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데 반가운 소식입니다. 산업을 바꾸는 건 어느 기업도 혼자 할 수 없어요. 한국에 친환경 소재 생태계를 구축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다우도 기여하겠습니다.”

밤방 캔드라 다우 패키징 및 특수 플라스틱 아시아·태평양 영업 총괄 부사장은 지난 29일 서울 삼성동 한국다우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에서도 소재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면서 “다양한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밤방 부사장은 “플라스틱에 대한 많은 편견과 오해가 있지만 플라스틱은 탄소중립 환경에서도 여전히 최고의 소재”라며 “전과정평가(LCA) 측면에서 보면 플라스틱의 대체재라고 불리는 종이, 금속, 유리에 비해 최소 50% 이상 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라며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디자인하고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다시 활용하는 소재 생태계를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밤방 부사장은 본지에 다우가 세계 최초의 탄소배출 제로 에틸렌 생산설비 건설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기초원료다.

그는 “내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7년 1285kt 규모의 에틸렌 및 폴리에틸렌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2029년 추가로 600kt을 증설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패스 투 제로’(Path2Zero), 즉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캐나다 앨버타에 건설 예정인 다우의 세계 최초 넷제로(탄소중립) 에틸렌 생산시설 현장 부지의 모습. 다우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최종 투자 결정을 내렸다. [한국다우 제공]

밤방 부사장은 기초화학사에서 소재과학사로 변모하는 다우에서 포장재와 각종 인프라·소비재·운송 관련 특수 소재를 담당하고 있는데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특히 주력하고 있다.

그는 “석유화학산업은 현재 침체기고 회복이 더뎌 내년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도 “꾸준한 투자를 통해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 경기가 회복됐을 때 보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897년 미국에서 출발한 다우는 ‘화학사의 화학사’라고 불릴 정도로 기초 화학 소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최근에는 스페셜티 분야 기술 개발에 힘을 쏟으며 친환경 소재 과학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패키징 및 특수 플라스틱 분야는 현재 다우에서 가장 큰 사업군으로 2022년 기준 총매출의 51.4%를 차지한다.

다우는 플라스틱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를 디자인하고 있다. 예컨대 치약 튜브의 경우 내부에 얇은 알루미늄층이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데 튜브 전체를 단일 폴리에틸렌 소재로 하되 보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식이다.

밤방 부사장은 “여러 층으로 돼 있는 플라스틱 패키징은 복합 소재라 재활용이 어려운데 소재과학의 힘을 통해 단일 소재로 바꿔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화장품이 유명한데 화장품 용기도 재활용이 안 된다. 한국 고객사와 함께 재활용할 수 있는 화장품 용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티스사이드에 있는 무라 테크놀로지의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다우와 무라 테크놀로지는 플라스틱 재활용성 증진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무라 테크놀로지 제공]

기계적·화학적 재활용 원료 또는 바이오 기반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다우가 그리는 소재 생태계의 큰 축이다.

다우는 이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크록스 등 글로벌 기업에 우드칩에서 추출한 오일로 만든 바이오 소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화학적 재활용 제품 생산도 본격화한다.

다우는 무라 테크놀로지가 영국에 짓는 연산 2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공장에서 원료를 공급받기로 했다. 무라 테크놀로지는 초임계 열분해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LG화학과 충남 당진에 연산 2만t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에서는 롯데칠성 ‘아이시스 8.0 에코’,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포장재에 다우의 PCR(포스트 컨슈머 리사이클, 사용 후 재활용된) 소재가 적용된 바 있고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소재과학 기술 교류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계적 재활용과 관련해 국내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 전문기업인 DCB와도 협업하고 있다.

밤방 부사장은 “한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를 수집해 다우의 PCR 노하우를 활용해 재활용된 플라스틱이 한국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DCB와 협의하고 있다”며 “DCB 외에도 한국 여러 브랜드와 프로젝트 추진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많은 글로벌 브랜드 오너가 2035년까지 제품의 PCR 사용 비중을 25~30%까지 높이겠다고 말한다”면서 “PCR 제품의 질과 성능을 버진(원래 그대로의) 플라스틱 수준으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데 다우는 차별화된 노하우와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다우가 2021년 롯데칠성과 공동개발한 콜레이션 수축 필름. 다우의 재활용 플라스틱 수지를 사용했으며 ‘아이시스 8.0 에코’ 포장재에 적용됐다. [한국다우 제공]

밤방 부사장은 2030년까지 아시아 지역 매출을 현재보다 2배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아시아 태평양 총괄 부사장으로 부임한 2017년 당시 목표는 2025년까지 2배 성장이었는데 2022년 이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롯데 제품이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등 아시아의 로컬 브랜드가 전 세계에 진출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우의 지난해 아시아 지역 매출은 103억4400만달러(약 13조4000억원)로 전체 매출의 18.2%를 차지한다.

다우는 2035년까지 모든 포장재 제품을 100% 재사용 또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매년 300만t씩 순환적 또는 재생 가능한 솔루션으로 상업화할 방침이다.

밤방 부사장은 끝으로 “플라스틱은 지난 50년간 많은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 비용을 낮춰왔지만 재활용 플라스틱은 아직 시작 단계”라며 “다우의 소재과학 전문성을 파트너, 인적 자원과 결합해 경제성 있는 고품질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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