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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外人취업 확대’ 마냥 달갑지만 않은 식당가
일부식당 ‘동남아 이모님’ 불법고용
최저시급 이하 암묵 합의 관행화
합법인력 수급땐 임금 정상화 부담

고된 육체노동에 서비스직 특유의 감정노동까지 결합한 식당일을 중국 동포마저 외면하면서 정부가 외국인 단순노무직(E-9비자)으로 취업문을 넓히기로 결정했다. 자영업자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인력 수급 자체는 용이해지겠지만, 그럼에도 인건비는 줄일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29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국내 최대 외국인 수와 비중을 자랑하는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의 식당들은 주 초반 발표된 내년도 외국 인력 도입·운용계획 정책에 대해 일부 환영 하면서도, 식당 운영에서 크게 체감하는 부분은 미미할 것이라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내놓았다.

이곳에서 약 20년째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후르셰다사마르칸트’를 운영하고 있는 셰르조드 사장은 “현재는 외국인 주방장(E-7)만 우즈베키스탄에서 초청해서 데려왔다”면서 “고향에 있는 친척, 지인들이 자녀의 식당 취업을 부탁하지만 데려올 방법이 없었는데, 추후 단순 종업원, 주방보조로도 고용할 수 있게 된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비숙련자 신분으로는 식당 취업이 불가능한 동남아시아계, 서남아시아계, 아프리카계 외국인으로 가득찬 원곡동에서는 홀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을 구하는 일이 주방장을 초청해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내국인 직원을 구하는 일은 99% 불가능한 일이고, 중국 동포는 임금수준이 높아 부담이 된다는 평가다. 때문에 셰르조드 사장은 그의 아들과 주 6일 내내 번갈아가면서 식당을 지키고 있다. 그들이 우즈베키스탄어가 가능한 종업원을 시급히 원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몇몇 식당에서는 음성적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계 직원을 주방 보조·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당에선 오히려 합법 인력을 수급해오는 이번 정책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원곡동에서 사업을 하는 A씨는 “조선족 아주머니 구하기가 어려우니 그 외 베트남이나 러시아 사람을 고용하는 식당이 많다”며 “취업한 외국인도 본인이 ‘불법’이라는 것을 아니까 최저시급 이하 임금에 합의하고 근로계약서 없이 넘어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합법적으로 들어온 주방장들을 보면, 조금만 일 잘한다고 소문나면 다른 식당에서 서로 임금 더 올려주겠다며 데려간다”며 “종업원도 합법화하면 임금을 적게 주고 부리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가 합법적 지위를 갖추면 이들을 고용하는 사장도 법을 지켜야 하는 이치라는 것이다.

오군호 글로벌원곡동상인회 회장도 “정식 비자를 얻어 들어온 노동자는 업주의 ‘갑질’을 참아줄 생각이 없다”며 “인근 반월공단에서도 과거 20여년 전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 노동자가 억울하게 돈 못받고 일했던 적이 있었지만, 전부 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현재는 모두 제값 받고 일한다”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아마 식당 노동자도 합법화하면 이들 역시 조금이라도 월급을 더 주거나,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는 다른 식당으로 이직하려 할 것”이라며 “사장들은 직원 심기를 살펴야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외국 노동자도 한국 젊은이들과 똑같이 좀 더 편하고, 좀 더 대우가 좋은 일자리로 계속해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고용주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무조건 외국 노동자를 데려오기보다는, 본인의 적성과 숙련도에 따라서 노동자와 일자리를 적절하게 연결해주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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