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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外人 취업’ 확대 기조… 음식점주들 “월급 더 줘야 하나”
일부 식당서 동남아 이모님 고용
서로 쉬쉬하며 최저시급 이하로 합의 관행
합법 노동자 들어오면 전부 정상임금화
“외국인이 궂은일·박봉 견딜 것이란 오판 말아야”
2021년 기준 국내 외국인 수 및 전체 주민 대비 외국인 비중 1위를 기록한 경기도 안산의 대표적 외국인 밀집 지역인 원곡동 다문화음식거리 모습. 거리에서 한국어를 쓰는 사람보다 외국어를 쓰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옷가게, 화장품가게 등에서 일하는 점원 모두가 외국인이었다. 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고된 육체노동에 서비스직 특유의 감정노동까지 결합한 식당일을 중국 동포마저 외면하면서 정부가 외국인 단순노무직(E-9비자)으로 취업문을 넓히기로 결정했다. 자영업자들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인력 수급 자체는 용이해지겠지만, 그럼에도 인건비는 줄일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지난 29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국내 최대 외국인 수와 비중을 자랑하는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의 식당들은 주 초반 발표된 내년도 외국 인력 도입·운용계획 정책에 대해 일부 환영 하면서도, 식당 운영에서 크게 체감하는 부분은 미미할 것이라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내놓았다.

이곳에서 약 20년째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후르셰다사마르칸트’를 운영하고 있는 셰르조드 사장은 “현재는 외국인 주방장(E-7)만 우즈베키스탄에서 초청해서 데려왔다”면서 “고향에 있는 친척, 지인들이 자녀의 식당 취업을 부탁하지만 데려올 방법이 없었는데, 추후 단순 종업원, 주방보조로도 고용할 수 있게 된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비숙련자 신분으로는 식당 취업이 불가능한 동남아시아계, 서남아시아계,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가득찬 원곡동에서는 홀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을 구하는 일이 주방장을 초청해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내국인 직원을 구하는 일은 99% 불가능한 일이고, 중국동포들은 임금수준이 높아 부담이 된다는 평가다.

때문에 셰르조드 사장은 그의 아들과 주6일 내내 번갈아가면서 식당을 지키고 있다. 그들이 우즈베키스탄어가 가능한 종업원을 시급히 원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몇몇 식당들에서는 음성적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계 직원들을 주방 보조 및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당들에선 오히려 합법 인력을 수급해오는 이번 정책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원곡동에서 사업을 하는 A씨는 “조선족 아주머니 구하기가 어려우니 그 외 베트남이나 러시아 사람을 고용하는 식당이 많다”며 “취업한 외국인도 본인이 ‘불법’이라는 것을 아니까 최저시급 이하 임금에 합의하고 근로계약서 없이 넘어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합법적으로 들어온 주방장들을 보면, 조금만 일 잘한다고 소문나면 다른 식당에서 서로 임금 더 올려주겠다며 데려간다”며 “종업원도 합법화하면 임금을 적게 주고 부리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합법적 지위를 갖추면 이들을 고용하는 사장도 법을 지켜야 하는 이치라는 것이다.

오군호 글로벌원곡동상인회 회장도 “정식 비자를 얻어 들어온 노동자들은 업주의 ‘갑질’을 참아줄 생각이 없다”며 “인근 반월공단에서도 과거 20여년전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노자들이 억울하게 돈 못받고 일했던 적이 있었지만, 전부 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현재는 모두 제값 받고 일한다”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아마 식당 노동자도 합법화되면 이들 역시 조금이라도 월급을 더 주거나,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는 다른 식당으로 이직하려 할 것”이라며 “사장들은 직원들 심기를 살펴야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외국인노동자들도 한국 젊은이들과 똑같이 좀 더 편하고, 좀 더 대우가 좋은 일자리로 계속해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고용주들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무조건 외국인노동자를 데려오기보다는, 본인의 적성과 숙련도에 따라서 노동자와 일자리를 적절하게 연결해주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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