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생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침해 여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아온 ‘학생인권조례’개정 예시안을 공개했다. 학생에 대한 보편적 인권을 담았던 조례 부분을 축소하고 학부모의 책임과 교사권리에 대한 내용을 새로 담은 것이 특징이다.
교육부는 29일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조례 예시안)을 7개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조례 예시안은 상호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했다. 학교 구성원 간 민원·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처리·중재 절차도 담았다.
교육부는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보편적 인권을 나열하고 있고, 학생의 권리는 지나치게 강조된 반면 권리에 따른 책임은 경시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현행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마련해 현재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인천 등 7곳에서 시행 중이다. 새 교육 예시안은 각 교육청이 조례를 개정할 때 참고하게 된다.
이번 조례 예시안에는 주로 학생인권을 다뤘던 기존 학생인권조례와 달리 학생·교원·보호자의 책임과 권리를 폭넓게 담으면서 ‘교권보호’가 강조됐다. 특히 제8조 ‘교원의 권리·권한과 책임’에선 교원이 교육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생활지도 등 교육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명시했다. 또 교사 개인 휴대전화 등 공식 창구를 통하지 않은 민원 응대를 거부하고, 근무시간이나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일에는 부당한 간섭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민원처리 절차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보호자는 학생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판단하면 학교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학교는 민원이 교원 사생활 등 교육활동과 무관한 내용이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할 경우 답변을 거부하고 종결할 수 있다. 학교장이 원활한 민원처리를 위한 온라인 접수·관리 시스템이나 학교 내 별도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대신에 기존 대부분 학생인권조례에 있던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식을 취할 권리’ 등 학생의 인권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은 이번 예시안에서 빠졌다.
교육계에선 우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권리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도록 전면 개정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상호존중 학교문화 사업과 학부모 정보공개 열람권 등에 따른 학교 업무 가중, 교권보호위·분쟁조정위와 교육갈등관리위 혼선 초래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교원·보호자의 권리는 존중받고 균형있게 보장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학교구성원이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문화가 형성돼 공교육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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