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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떼창, 또 떼창…2030세대 대동단결, ‘노엘의 팬’은 늙지 않는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27~28일 1만 8000여명과의 만남
오아시스 노엘 갤러거 내한 공연
노엘 갤러거 내한공연 [노엘 갤러거 공식 SNS]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노엘, 아이 러브 유(I love you)”를 외치면 노엘 갤러거는 한껏 들뜬 팬들을 진정시키듯, “아이 노우(I know), 아이 노우”라고 말했다. 공연장을 꽉 채운 20대 팬들은 지치지도 않았다. 목이 터져라 “사랑해”라며 또 다시 소리를 질렀고, 노엘은 플러팅을 이어갔다. 그는 “하우 머치?(얼마나?)”라며 “아이 러브 유 모어(내가 더 사랑해)”라고 답하며 의외의 달달한 모습으로 팬들을 조련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20세기가 21세기가 돼도 ‘노엘의 팬’은 늙지 않았다. 그들은 이전에도 지금도 20대였고, 노엘은 그의 음악처럼 여전히 ‘청춘의 상징’이었다.

비틀스 이후 최고의 영국 밴드로 불리는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한국을 찾았다. 27~28일 이틀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공연은 1만 6500명의 관객의 모았고, 공연에 앞서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열린 ‘스페셜 나이트’ 공연에선 1600명의 관객이 모였다. 총 사흘간의 공연에서 1만 8100명과 만난 셈이다.

2019년 내한 이후 4년여 만에 한국을 찾은 노엘 갤러거의 공연은 일찌감치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당초 28일 하루만 예정했던 공연은 스탠딩 관객을 꽉꽉채워 넣으며 티켓 8000장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보통 잠실 실내체육관이 5000명 정도의 관객을 수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이에 기획사 측은 27일 공연을 하루 더 늘렸다. 이 역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으로 이어지자, 25일 전야제 격 공연까지 열게 됐다. 노엘 갤러거는 “너네들 노는거 보고 싶어서 공연 추가했다”며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팬들과의 만남을 고대해 화제가 됐다. 심지어 최근 열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연에선 한국인 팬과의 대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팬에게 “나 곧 서울 갈 건데, 공연에 오냐”고 묻자, 유학생이었던 팬은 “한국엔 안 간다”고 답했다. 그러자 노엘은 “그게 무슨 팬이냐”고 장난스러운 호통을 쳤고, 공연장은 금세 폭소로 물들었다.

노엘 갤러거 내한공연 [노엘 갤러거 공식 SNS]

20세기의 록스타의 위상은 21세기에도 여전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2030 세대가 압도적이었다.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20대가 무려 56.4%에 달했고, 30대가 23.3%였다. 특히 여성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작 오아시스의 음악을 듣고 자랐을 40대는 6.3%에 불과했다.

오아시스는 1994년 결성, 2009년 해체할 때까지 정규 음반 7장을 영국 차트 정상에 올려놨다. 전 세계에서 오아시스의 앨범은 9000만 장 이상 팔려 나갔다. 밴드의 주축이었던 노엘, 리암 갤러거 형제의 갈등으로 노엘은 오아시스를 떠났고, 그는 이후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이 플라잉 버즈’(High Flying Birds)라는 이름으로다.

공연에선 전반부엔 노엘의 솔로곡, 후반부에 오아시스의 히트곡이 이어졌다. 잘 다듬어진 밴드 사운드에 맞춰 ‘프리티 보이’(Pretty Boy)를 시작으로 ‘카운슬 스카이즈’(Council Skies), ‘오픈 더 도어, 시 왓 유 파인드’(Open The Door, See What You Find), ‘이지 나우’(Easy Now) 등 올해 발매한 새 솔로 앨범 수록곡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렇다 할 인사도, 멘트도 없이 노래는 계속 됐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감미로웠고, 보컬과 기타 연주는 언제나 그랬듯 흔들림이 없었다. 종종 흐르는 땀을 닦아낼 때마다 소녀팬들은 비명으로 화답했다. 고음을 지를 땐, 얼굴에 살짝 주름이 잡혔지만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 시계는 금세 2000년대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갔다.

노엘 갤러거 내한공연 [노엘 갤러거 공식 SNS]

공연장 밖에선 엄청난 독설가이지만, 노엘의 한국 사랑은 상당하다. 공연 전부터 보여준 애정의 크기는 공연 현장에서도 묻어났다. 관객을 향해 “나와 함께 기타를 치겠냐”고 장난도 치고, 팬들을 향해 “이름이 뭐냐”고 묻기도 하며 치명적인 매력을 흘렸다.

후반부에 이어진 오아시스의 대표곡들로 공연장은 마침내 광란의 도가니가 됐다. ‘고잉 노웨어’(Going Nowhere)를 시작으로 ‘디 임포턴스 오브 비잉 아이들’(The Importance of Being Idle), ‘더 마스터플랜’(The Masterplan), ‘리틀 바이 리틀’(Little by Little)이 이어지자 떼창과 함성은 더욱 커졌다. 오아시스 데뷔 앨범의 ‘리브 포에버’와 2집의 ‘돈트 룩 백 인 앵거’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자, 관객석에선 단 한 소절도 틀리지 않고 떼창이 터졌다. 노엘 갤러거는 “여러분은 매우 놀랍다. 멀지 않은 때에 또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무대를 떠났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김민현(22, 여) 씨는 “최근에 록 음악을 들으며 브릿록 전성기 시절의 밴드를 섭렵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노엘의 음악과 독설에 플러팅 당했다”며 “노엘이 팬들에게 독설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랑에 빠진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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