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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만큼 지구 돈 적 없어” 열일 제치고 엑스포 뛰었지만…기업들 강행군에 박수
사우디 압도적 우세 속 선전 평가
총수들 2년간 민간 홍보대사 역할
해외 네트워크 총동원해 지지 호소
기업별로 권역 나눠 각국 전방위 누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한 8개 그룹 회장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동관(왼쪽부터)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상의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김성우·한영대 기자] 우리나라가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뛴 재계 총수들은 박수를 받고 있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대역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재계 총수들의 강행군이 막판까지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출장 때마다 각국 고위 관계자들과 릴레이 접견을 갖고 부산엑스포 홍보에 힘을 쏟았다. 특히 최종투표를 앞둔 지난 23일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며 우리 정부가 주최한 오찬과 만찬에 모두 참석했고, 시간을 쪼개 각국 대표들과 개별 만남도 가지며 지지를 당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달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금융특구 길드홀에서 열린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이 회장은 24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대표부 주최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 교섭 오찬에서 건배사를 통해 “고(故) 이병철 회장이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부산에서 설탕공장을 세우면서 오늘의 삼성이 있을 수 있었다”며 삼성과 부산의 인연을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7월에는 남태평양 국가 피지·통가·사모아를, 8월에는 독일, 10월에는 스웨덴과 영국을 찾는 등 이 회장은 매달 해외 출장에서 부산엑스포를 챙기며 총력을 기울였다.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등 관계사 대표이사를 포함해 총 11명의 사장단도 직접 교섭활동에 참여했다. 사장단을 비롯해 지역총괄장 및 법인장 등이 만난 국가만 총 50여개국으로, 600여회 이상 미팅을 진행했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9일 남태평양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 현장에서 마크 브라운(가운데) 쿡 제도 총리와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쿡 외무.이민국 x(구 트위터)]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만 지구 17바퀴에 해당하는 70만㎞에 달할 만큼 강행군을 펼쳤다. 지난해 6월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부회장급 최고 경영진들로 구성된 ‘위(WE) TF’를 신설하고 총력전에 나섰다.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방문했거나 면담한 나라만 180여개국, 직접 면담한 고위급 인사는 900여명이 넘는다.

특히 올해 6월 말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입은 최 회장은 목발을 짚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목발에는 ‘부산엑스포’ 로고가 새겨져 해외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목발 투혼’이 화제가 됐다. 유치 활동 막바지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전용기 대신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눈길을 끌었다. SK그룹 CEO들도 지난 달 유럽, 중동 국가 등을 방문해 VIP급 인사들과 회동을 갖고 부산엑스포 홍보를 적극 지원했다.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태원 회장이 부산엑스포 로고가 그려진 목발을 들어올려 보이는 장면. 최 회장은 ‘행운을 빈다’는 의미의 ‘브레이크 어 레그(Break a leg)’ 문구를 엑스포 유치 현장에서 적극 활용했다. [대한상의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 홍보단의 최전선에 서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2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부산 엑스포 지원 전담조직을 꾸리며 홍보에 만전을 기했다.

BIE 행사를 비롯해 각국 정상회담에는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을 의전차로 제공하면서 부산을 ‘친환경 기술 적용을 통한 탄소중립 엑스포 도시’로 부각시켰다.

특히 이달 23일부터 부산엑스포 관련 창작물을 프린팅한 아이오닉6와 EV6 아트카 10여대를 파리에 투입해 막판 홍보전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트카는 루브르박물관과 개선문 등 주요 명소를 비롯해 BIE 본부와 각국 대사관 인근 지역을 돌았고, 최종투표가 진행된 28일 당일에는 회의장인 ‘팔레 데 콩그레 디시’ 주변을 집중 순회했다.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심포지엄 만찬에 앞서 진행된 리셉션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해외 대표단과 환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 회장은 23일 BIE 대표단 초청 만찬에서 참가자들의 지지를 호소했으며 앞서 체코, 베트남 등 20여개국 출장지에서도 홍보 활동에 나서며 ‘민간대사’로 맹활약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종투표를 앞두고 예정됐던 사업보고회와 임원인사 등 중요 경영일정까지 조정하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탰다.

구 회장은 이달 24일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국경일 리셉션에서 각국 BIE 대사들에게 “부산은 LG를 비롯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태동하고 도약한 곳”이라고 소개하며 “부산이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성장 모델로서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기술을 세계 여러 나라들과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파리에서 열린 세 차례 공식 일정 외에도 따로 시간을 쪼개가며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의 BIE 대사들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쳤다. 지난 달에는 직접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방문해 부산을 알리고 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친 바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올해 1월 다보스포럼, 이달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프랑스 방문에 동행해 엑스포 유치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국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등과 함께 BIE 회원국인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를 방문해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였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GS그룹 TF’ 구성을 지시했다. 지난 달에는 오만 상공부 장관과 에너지미네랄부 장관을 만나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GS칼텍스는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있는 옥외전광판에 유치 응원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GS건설은 올해 초 입주 사옥인 그랑서울 빌딩에 남측과 동측 외벽 2개면을 활용해 유치 응원 홍보물을 선보였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올해 1월 참석한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직접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HD현대는 같은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3에 부스를 마련하고 부산엑스포를 알리는 X-배너와 책자를 배치했다. 올해 5월에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9회 드림콘서트’를 후원하며 부산엑스포를 홍보했다.

joze@heraldcorp.com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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