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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발 아이 아빠 살려주세요” 만삭 산모의 애원, 그날 병원에서 무슨 일이?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습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쿵.”

정일수(40)씨가 쓰러졌다. 아내의 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정씨의 아내는 출산을 2주 앞둔 만삭 임산부, 아이는 자칫 아빠 얼굴도 보지 못 할 수 있었다. 정씨의 아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출산을 2주 남겨두고 있다”는 호소 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28일 오후 2시께, 정씨가 갑작스레 쓰러진 이유는 심정지 때문이었다. 가까운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그는 반혼수 상태. 급성대동맥박리로 인한 심장눌림증으로 긴급 수술이 필요했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 연락이 닿은 곳은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이었다. 365일 24시간 대동맥 응급수술이 가능한 이곳으로 이송을 위해 정씨는 헬기를 탔다. 이 과정에서 정씨에게 또 한 번의 심정지가 발생했고, 기상 상황 때문에 병원 헬기장에 내리지 못 했던 그는 노들섬에서 구급차로 옮겨졌다.

여러 악조건을 극복한 것은 병원 시스템이었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익스프레스’(EXPRESS) 시스템은 일종의 패스트-트랙(Fast-Track) 진료시스템으로, 외부에서 대동맥질환 환자가 연락이 오면 의료진 및 행정파트에 문자가 전송된다.

이를 통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모든 수술 준비가 마련되고, 환자 도착과 함께 수술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수술실로 직행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병원 설명이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던 정씨는 심장에 차있는 물을 빼는 ‘응급 시술’을 받았으나, 회복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의료진은 맥박·혈압·호흡·체온(바이탈) 등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길 기다렸다.

출산한 아이와 영상 통화하는 정일수 씨. [이화의료원 제공]

10월 29일 정오, 드디어 수술이 시작됐고, 정씨는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건졌다. 겹경사도 있었다. 지난 17일 만삭이었던 정씨의 아내가 아이를 출산했고, 정씨는 화상으로 아이를 만났다. 매순간이 꿈만 같을 정씨는 의료진에 감사를 표하며 이렇게 다짐했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수술팀이 또 하나의 생명을 줘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는 술, 담배도 안 하고 가족을 위해 충실한 삶을 살겠습니다. 퇴원 후 아내와 아이를 직접 만나면 꼭 안아줄 생각입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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