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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타민C로 암까지 고친대” 철석같이 믿었던 환자들, 피눈물 나겠네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습니다. [123RF]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폐암 4기 진단 받으셨습니다. 항암치료는 안 한다 하시고, 고용량 비타민C 주사는 생각이 있으신가 봐요.”

직장인 A씨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 폐암은 극악의 생존율로 악명이 높다. 그중에서도 폐암 4기 생존율은 약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다. 항암치료를 한사코 거부하던 A씨의 아버지는 고용량 비타민C 주사 요법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비단 A씨 아버지뿐만이 아니다. 폐암 환우카페 등 환우들 사이에서는 비타민C에 대한 맹신이 적잖았다.

그렇다면 비타민C는 효과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고용량 비타민C 주사 등을 ‘단독’으로 써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전 세계에 전무하다”며 항암치료와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비타민C 등이 효과가 있다고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고용량 비타민C 주사 등 ‘단독’이 아닌 항암치료와 ‘병행’할 것을 조언한다. [인터넷 캡처]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은 지난 1992년부터 2018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20건의 코호트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비타민C 공급원 메타분석 결과, 비타민C 영양제 등으로 섭취하는 경우 암을 예방하는 데에 효과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음식을 통한 비타민C 섭취는 폐암 위험성을 18% 낮췄으나, 영양제와 같이 보충제 형태로 섭취하는 경우에는 아니었다.

비밀은 항산화제 등에 있었다. 음식에는 암을 유발하는 활성산소종을 억제하는 항산화제가 풍부하다. 비타민C는 강력한 항산화제 하나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경우 많은 종류의 암을 예방할 수 있고, 특히 폐암의 발생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한 역학연구를 종합하면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경우 암과 심혈관질환 발생을 30% 내외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항암치료를 배제한 채 비타민C에만 의지하는 경우다. 음식으로는 비타민C뿐만 아니라 항산화제 및 다른 영양 물질을 섭취할 수 있어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을 비롯해 영양제 등 단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SNS상에서는 A씨의 경우처럼 항암치료 없이 고용량 비타민C 요법에 의존하거나 “폐암 잡는 비타민C” 등 비타민C를 암과 관련해 전가의 보도처럼 표현한 게시물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명 원장은 “비타민C 주사를 맞고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는데, 이건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것”이라며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항암제 없이 단독으로 진행한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암 환자와 관련해) 개인 의원이나 일부에서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을 주장하는 사람은 있지만, 비교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확인된 사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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