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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진출석 전했는데 수사보고서에 안 쓴 경찰…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체포 혐의 A씨
1심 무죄→2심 유죄→대법, 다시 무죄 취지 판결
대법 “수사보고서 내용 허위라 단정하기 어려워”
“허위공문서작성 고의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전제로 한 직권남용체포도 증명 안됐다 판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출석 의사를 전달한 외국인 피의자의 수사보고서에 이를 누락하고 소재 불명이라 적은 뒤, 체포까지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에 대해 대법원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 자진 출석 의사 표명 및 출석 보류 경위에 관한 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지만, 수사보고서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다는 인식이 없다고 봤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체포,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를 받는 A씨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경찰관으로 베트남 국적 B씨의 특수상해 사건을 담당했다. B씨가 2020년 6월 같은 국적 피해자에게 약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뒤 도주한 혐의와 관련한 사건이었다.

같은 해 7월 B씨는 근무하던 회사 현장소장 C씨를 만나 함께 경찰서에 출석하기로 했고 C씨는 같은 날 A씨에게 전화를 걸어 B씨의 자진 출석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데 당시 다른 사건 수사로 외근 중이던 A씨는 현장소장에게 ‘오늘 조사가 어려우니 다음에 오라’는 취지로 출석을 보류시켰다.

이튿날 A씨는 수사보고서에 ‘B씨가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이후에는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도주한 상태이며, 피해자 및 회사 관계자 또한 B씨에게 수회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고 소재 불명인 상태’라는 취지로만 기재했다. B씨의 자진 출석 의사 표명 및 출석 보류 경위 등은 누락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며칠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고서, 체포영장 발부 일주일 뒤 B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해 체포했다. 이 일로 A씨는 2021년 2월 직권남용체포,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B씨에게 유리한 사정을 기재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사실 기재에 해당하고 허위 기재라 할 수 없다며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사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된 게 아닌 이상 B씨의 유리한 정황을 보고하지 않았다 해서 팀장 및 영장판사를 속여 체포영장을 신청·발부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직권남용체포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B씨의 자진 출석 의사 표명 및 출석 보류 경위에 관해 누락하고 도주 상태에 있다거나 소재 불명 상태에 있다고 한 것은 허위에 해당하고, 허위성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체포영장이 신청·발부돼 직권남용체포죄도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법리와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사정을 종합하면 A씨가 이 사건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 B씨에 대한 체포 사유와 관련한 내용을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보고서 내용에 거짓이 있다거나 A씨에게 허위공문서작성에 관한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를 전제로 한 직권남용체포 혐의도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장소장 C씨가 B씨 출석을 보장할 만한 지위에 있지 않았고, B씨가 불법체류자로 언제든 연락을 단절할 수 있던 점, 출석이 보류된 후 B씨가 경찰에 자수하거나 거주지로 복귀하지 않은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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