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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지구 여성·아동 사망자, 우크라 전쟁 2배
48일만에 일시 휴전
집중 폭격으로 사망자 多
이스라엘 군인이 이달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내에서 지상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제공]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교전 48일만에 일시 휴전에 들어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여성·어린이 사망자가 최소 1만명으로 추정됐다. 2년 가까이 지속된 우크라이나전의 2배에 이를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유례없는 규모의 사망자가 쏟아져나오는 배경으로 이스라엘군이 인구 밀집 지역인 가자지구에 초대형 폭탄을 이용한 공습을 다수 벌인 것을 꼽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정확한 민간인 사망자 규모를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집계로도 대략 여성과 어린이 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지난 23일 기준 1만4854명으로 이 중 여성이 4000여명, 아동이 6150명이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하는 사망자는 일반적으로 믿을 만하다고 각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여성·아동 사망자수는 1년 9개월간 이어진 우크라이나전 여성·어린이 사망자의 2배 이상에 이른다고 NYT는 전했다.

또 지난해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세계 전쟁·분쟁 국가 24개국에서 사망한 어린이 2985명보다 훨씬 더 많다.

게다가 이번 전쟁에서 교전 기간이 불과 48일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사망자 규모는 더욱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전 전문가인 네타 크로퍼드 미 브라운대 교수는 이스라엘군 공습 사망자 규모가 20년 가까이 지속해온 아프간전에서 미군 측에 의한 사망자 1만2400명에 육박한다면서 "매우 짧은 기간에 다른 전쟁보다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망자 중 여성·어린이 비율이 높다. 하마스 무장대원 대다수가 남성인데도, 유엔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서 가자지구 전체 사망자 중 여성·어린이의 비중은 69%에 달했다.

과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사례만 봐도 이 비율이 2021년 무력충돌 때는 41%, 2014년 전쟁 때는 38%, 2008∼2009년 전쟁 때는 39%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통상적인 추세와 반대되는 "예외적인 통계"라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동지중해 지역 담당자인 릭 브레넌은 NYT에 밝혔다.

NYT는 이스라엘군이 좁은 가자지구에 초대형 폭탄을 이용한 공습을 엄청나게 많이 벌이고 있어 이처럼 많은 사망자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전쟁에서 가자지구 내 1만5000곳 이상의 표적에 대해 공습을 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고위 미군 당국자에 따르면 개전 이후 첫 2주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의 약 90%가 1000∼2000 파운드(약 454∼907㎏) 규모의 대형 위성유도 폭탄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인 자발리아를 공습하면서 2000 파운드 폭탄을 최소한 2발 사용했는데, 영국 분쟁 감시단체 에어워즈(Airwars)에 따르면 이로써 최소 126명의 민간인이 숨졌고 이 중 절반 이상은 어린이였던 것으로 자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아파트도 무너뜨릴 수 있는 2000 파운드 크기의 초대형 폭탄을 인구가 밀집된 도심지에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과거 이슬람국가(IS)와 벌인 이라크 모술·시리아 락까 전투에서 가장 흔한 500파운드(약 227㎏) 폭탄을 사용했다가 지나치게 큰 것이었다는 자체 평가가 나온 바 있는데, 이스라엘군의 폭탄 크기는 그 4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전국적으로 교전이 벌어진 우크라이나·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달리 가자지구는 아주 작을 뿐만 아니라 국경이 모두 봉쇄돼 있어 민간인이 피신할 안전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가자지구 북부 민간인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발표했지만, 가자지구 남부 등 다른 곳에서도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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