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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왕적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 우선…비례대표 확대 공감” [증오만 남은 국회]
‘제왕적 대통령제’ 원인…내각제·정부통령제 대안 지적
중대선거구제 도입, 비례대표 확대로 양당제 완화 조언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세진·박상현 기자] “이번엔 다를까 싶은 선거였어도 결국 양당 체제로 돌아가고, 다음에도 또 양당으로 돌아가고….”

“이번 21대 국회뿐만 아니라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정치가 ‘증오의 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거대 양당의 정치 기득권이 ‘카르텔’로 굳어진 상황을 지목했다.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양당제 시스템을 형성했던 ‘87년 체제’의 수명이 30년 이상 이어지면서 정치적 다양성이 설 자리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사안마다 이분법으로 갈려 정쟁만을 반복하는 양당제 폐해를 극복하고 다당제로의 진입, ‘연합 정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문화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당 간 혁신경쟁과 정책·인물경쟁을 통해 정치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당장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의미있는 정치개혁을 이뤄내기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감지된다.

우선 권력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에 전문가들 의견이 모아졌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내각제로의 개편을 주장했다. 장 소장은 “현재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권력구조가 개편되지 않는 한 양 거대 정당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대화와 타협, 협치가 없는 정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 자리를 가졌냐 아니냐가 ‘올 오어 낫띵(All or Nothing·모 아니면 도)’이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을 끊임없이 악마화하고 나쁜 집단으로 프레임에 가둔다”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대통령제 개편이 필요하고, 다당제로의 변화도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한 양당제로의 회귀 가능성이 크기에 내각제로의 전환, 또는 정부통령제 전환 등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다당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이날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국민의힘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포기하고 퇴장했다. 이상섭 기자

다당제를 유도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을 강조하는 전문가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의원 정수 확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 보완해야 하고, 양당 독점 체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소선거구제보다 중대선거구제가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현 시사평론가는 “우리 정치의 폐단이 양당제에서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양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내려놓기 어려운 상황으로, 지역구 중심 선거제도가 아닌 비례대표를 대폭 확대하는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평론가는 “비례 의석을 대폭 확대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중심으로 국회가 재편된다면, 찬반으로 나뉜 양당 논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치문화 개선을 꼽는 목소리가 컸다. 양당이 권력을 잡기 위한 경쟁에만 매몰돼 정작 중요한 민생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날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서로를 향한 비난을 거둬내는 정치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박원석 전 의원은 “양당 독점 하의 경쟁이다보니, 상대 편보다 1%라도 나으면 되는 것이니 ‘잘하기 경쟁’보다 ‘못하기 경쟁’에 빠지기 쉽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저 쪽이 망하면 반사이익을 보는 구조기 때문”이라면서 “국민을 위해, 정치 발전을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비전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예현 평론가는 “신생 정당이 생겨날 수 있는 정치문화적 토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외국 사례를 보면 젊은층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장벽이 낮고, 어릴 때부터 정당에 가입해 일찌감치 선거라는 제도를 경험하는 등 정당정치 교육이 활발하다. 정치 신인이 공정하게 정치권에 진출하고 기존 정치인과 경쟁할 수 있는 정치문화,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할 것”고 강조했다.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양 진영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엄경영 소장은 “총선에서 승리한 당 중심으로 선거가 끝나자마자 신속하게 권력구조 개편 및 선거제 개혁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얻고 권력구조 개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개혁과제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데 관심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4년 내내 양당제 폐해는 더 심각해진 채 또 다시 총선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jinlee@heraldcorp.com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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