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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순간이 왔다” 네덜란드 총선서 극우 압승…유럽 ‘우클릭’ 합류
‘네덜란드 트럼프’ 빌더르스 이끄는 극우 자유당 깜짝 승리
반이민 정책 앞세운 유럽 극우 물결 지속
‘네덜란드판 도널드 트럼프’라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가 23일(현지시간) 총선 승리를 확정 지은 후 의회에서 당소속 의원들과 함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자유롭고 개방적인 나라로 손꼽히는 네덜란드마저 유럽을 휩쓸고 있는 극우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반이민 정책을 예고한 극우 자유당(PVV)이 압승을 거두면서다.

23일 네덜란드 방송 NOS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선거에서 자유당은 23.5%의 득표율로 전체 하원 150석 가운데 37석을 확보하며 2위 녹색당·노동당 연합(25석)과 집권 자유민주당(24석)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직전 총선에서 자유당이 얻은 17석에서 2배 이상 늘렸다. 자유당 내부조차 예상치 못했던 압도적인 승리다.

자유당은 극우 포퓰리스트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2006년 창당한 당으로, 이민자 대폭 감축과 이슬람 사원 폐쇄 등 배타적 민족주의 정책과 함께 네덜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해왔다. 2017년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한 적은 있지만 창당 이래 연정에 참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글로벌 정가는 네덜란드까지 유럽의 ‘우클릭’ 대열에 합류한 것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네덜란드판 트럼프’라 불리는 빌더르스의 부상에 “네덜란드에 트럼프의 순간이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우파나 중도좌파 계열의 기성 정당이 아닌 제 3당이 1위를 한 것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자유당의 승리는 최근 유럽 각국에서의 잇따른 우파의 승리와 마찬가지로 반이민 정서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자유당 역시 반이민, 반이슬람 정서를 등에 업고 성장했고, 이들이 내세운 이슬람 경전(쿠란)과 사원 (모스크) 금지 등 급진적 정책들마저도 이번 선거에서 중동·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는 압승을 예측한 출구조사 발표 이후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에게 돌아갈 것이고, 망명 쓰나미와 이민은 억제될 것”이라면서 “유권자는 (기존 이민 정책에) 질렸다고 말하고 있다”며 강력한 반이민 정책 의지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유럽 내 우파 포퓰리즘의 득세는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 지난 10월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 현 총리와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정권을 거머쥔 이후 유럽 극우 정당들은 유럽 정치권의 강력한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스위스 총선에서는 강경 반이민 노선을 내세운 우익 성향의 제1당 스위스국민당이 좌파 사회민주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핀란드당이 2당으로 약진하며 1당 중도우파 국민연합당과 연립정권을 세웠다.

더불어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의원이 지난 2017년에 이어 대선 결선 투표 진출에 성공했고, 스웨덴과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로이터는 이날 네덜란드 총선 결과를 “빌더르스의 충격적 승리”라고 표현하며 “네덜란드가 이탈리아, 헝가리 등에서 득세하고 있는 유럽의 우경화에 무방비 상태였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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