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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8올림픽→한일월드컵→평창동계→부산엑스포?” 재계 땀방울, 기적 이룰까
선대부터 이어진 재계 ‘대 이은’ 국제 행사 유치 노력
삼성·현대차·SK·LG 등 BIE 총회 앞두고 막판 총력전
“힘 싣겠다” 기업인들 물적 지원부터 네트워크 총동원
한국 8개 그룹 회장단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기념 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한영대·김민지 기자] 월드컵과 올림픽 등 굵직한 글로벌 이벤트를 유치할 때마다 재계가 흘렸던 굵은 땀방울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로 이어지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수십 년에 걸친 재계의 ‘대 이은’ 물밑지원은 이제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글로벌 3대 이벤트’로 꼽히는 엑스포 유치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오는 28일(현지시간) BIE 총회를 앞두고 막바지 유치전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일정에 맞춰 경제사절단에 합류했다. 이들은 양국간 경제 협력에 힘을 보태고 곧장 파리로 건너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으로서 유치전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세계박람회기구 회원국들이 몰려있는 중남미, 유럽의 7개국을 잇는 강행군 이후 24일부터 파리 현지에서 유치전을 펼친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가운데)이 지난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 IOC 총회에서 평창 유치가 확정된 순간 감격의 악수를 나누는 모습 [로이터]

앞선 국제 행사 유치 배경에는 재계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됐다. 삼성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국제 행사 유치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유치에 이 선대회장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1996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역임한 이 선대회장은 개최지 투표를 앞둔 2010~2011년 사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평창올림픽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당시 1년 반 동안 11차례에 걸쳐 170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니며 스포츠 외교를 펼쳤다. 거리로 따지면 지구 다섯 바퀴가 넘는다.

삼성그룹 차원의 물적 지원도 컸다.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부터 IOC 톱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꾸준한 후원과 네트워크가 평창올림픽 유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됐을 당시 이 선대회장은 눈시울을 적시며 “이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만든 것이다. 저는 조그만 부분만 담당했을 뿐”이라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정몽구 회장(왼쪽 세번째)과 강동석 여수엑스포 조직위원장(왼쪽 네번째)이 여수엑스포 공사현장을 방문해 건설 현황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국제 행사 유치 지원 노력은 그 역사가 꽤 깊다.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은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던 지난 1981년 ‘88년 서울 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정 선대회장은 IOC 총회 기간에는 한국 홍보관을 개소해 방문자들에게 한국과 한국의 올림픽 개최 가능성을 알렸다. 유치전 최일선에서 민간외교에 나선 정 선대회장은 ‘굵직한 국제대회 유치 경험이 없는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왔을 때에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당시 일본 측이 IOC 위원들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하며 공세를 펴자, 정 선대회장은 고가의 선물이 아닌 ‘절실함과 진심이 담긴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정통 한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방문자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고,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홍보전에 나섰고, IOC 위원들은 ‘선물’이 아닌 ‘정성’을 선택했다.

정몽구 명예회장 역시 2007년 ‘2012 여수엑스포 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홍보맨을 자처,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BIE 회원국 대표와 BIE 회원국 소속 현대차·기아차 대리점 사장단 등 230여 명을 초청해 직접 여수의 매력을 알렸다.

[그래픽=최수아]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SK그룹 제공]

SK와 LG그룹은 한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2002 한일월드컵’ 유치의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2002 한일 월드컵 개최에 큰 역할을 했다. 1995년 전경련 회장 시절 도요타 쇼이치로 게이단렌(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에게 한일 관계 정상화의 일환으로 2002년 월드컵을 공동 주최하자고 제안했다. 도요타 회장은 당시 일본 측 월드컵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최 선대회장은 1998년 8월 타계해 2002 월드컵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2002 월드컵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LG 창업 고문인 고 구평회 무역협회 회장(LG 창업고문) 당시 월드컵 개최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기업인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4강 신화를 목격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LG그룹 역시 물심양면으로 월드컵 유치에 힘을 보탰다.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초반에는 일본 단독 개최로 분위기가 기울었지만, 구 창업고문의 물밑 노력으로 한일 공동개최에 대한 이야기가 물꼬를 틀었다.

특히, 구 회장은 경쟁 상대국인 일본에 “한일 친선을 고양하는 길은 공동 개최밖에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결국 투표까지 가지 않고 한일 공동개최를 성사시켰고, 한국은 ‘4강신화’를 이루며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구평회 LG 창업고문(E1 명예회장) [LG 제공]

이 같은 재계의 노력은 ‘부산엑스포 유치’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 등 주요 행사에서 다양한 유치 활동을 벌인 데 이어 BIE 총회 때까지 파리 샤를드골국제공항에서 14개의 광고판을 통해 부산엑스포를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전담조직인 ‘부산엑스포유치지원TFT’를 구성한 현대차그룹은 프랑스 파리 전역에서 이달까지 부산의 매력을 알리는 대규모 디지털 옥외광고를 상영하며 막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부회장급 최고경영진들로 구성된 ‘위(WE) TF’를 신설하고, 매년 경영전략 구상을 위해 개최하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의 경우 올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었다.

특히, 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70만㎞를 이동했다. 이는 지구 둘레 약 17바퀴에 해당한다.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나라만 180여개, 고위급 인사는 900여명이 넘는다.

likehyo85@heraldcorp.com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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