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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묶음포장, 비닐쓰레기 배출 주범되다
시행 3년된 ‘재포장 금지법’
‘1+2 불법’ ‘2+2 합법’ 기준 모호
허술한 예외 조항에 유명무실화
재포장 금지법 이 시행되기 이전 손잡이가 달린 비닐에 포장된 우유(왼쪽). 최근에는 비닐이나 종이로 된 띠지로 포장이 바뀌었다 [환경부 제공]

“편의점처럼 계산할 때 자동으로 할인 적용할 순 없나요?”

이달 22일 서울 한 대형마트. 1+1, 증정품, 할인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묶음 포장된 제품이 가득했다. 라면부터 우유, 과자, 음료수 등 종류도 다양했다.

현재 할인을 이유로 완제품을 다시 묶어 포장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불필요한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마트 등에서는 묶음 포장이 넘쳐나고 있다. 이는 모두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버려지는 일회용 쓰레기들이다.

‘재포장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됐지만 일선 현장과 괴리가 큰 건 과도한 예외조항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예외 조항이 결국 재포장 금지법을 무용지물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환경연합과 제로웨이스트가게 3곳(꽃삼월·도가게·안녕상점)은 이달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쓰레기를 줄이지 못하는 재포장 금지법을 예외 없이 확대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1차 포장과 달리 재포장은 하지 않아도 제품의 상태, 성능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단순 편리함을 위해 한번 더 포장하는 과대 포장에 불과한 재포장은 쓰레기 문제 중 가장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시행된 재포장 금지법(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면적이 33㎡ 이상인 매장에서 낱개로 판매되는 상품을 3개 이하로 묶어서 합성 수지 재질(비닐)의 필름이나 시트로 다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뒤집으면 4개 이상의 상품은 여전히 비닐로 다시 감싸 포장해 팔아도 되고, 비닐 외에 종이, 플라스틱 등으로 재포장을 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실제 대형마트에서는 법망을 피해간 재포장 상품이 다수 판매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재포장 상품으로는 라면이 있다. 낱개 봉지라면 4~5개를 묶어서 하나로 판다. 포장 재질이 법에서 금지한 비닐이지만 개수가 4개 이상이라 예외 적용된다.

김도 마찬가지다. 도시락김을 10~20개씩 묶어 커다란 비닐로 묶어 판매하는 모습이 마트에서 눈에 띄었다. 우유, 콜라 등 음료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재포장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비닐이나 종이로 된 띠지로 우유 종이팩 2개를 감싸거나 페트병 입구를 플라스틱 고리로 고정하는 식이다.

3개까지는 불법, 4개부터는 허용 등 기준도 모호하다. 이는 재포장 금지법 제정 당시 이른바 1+1 형태의 판매 방식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유를 손잡이가 달린 비닐 봉지에 넣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1+1, 2+1 상품을 겨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업체는 2+2 등으로 3개만 넘겨 묶으면 법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서울환경연합 등이 9월 1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진행한 재포장 금지법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민 355명 중 69%는 낱개 포장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재포장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재포장 없이 낱개로 판매한다면 구입하겠느냐’는 질문에 96.6%가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4개 이상 재포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도 95.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시민들은 “바로 버리게 되는 재포장 비닐이 없다면 분리 배출하는 수고가 줄어들 것 같다”, “포장하지 않고 ‘몇 개 가져가세요’라고 써 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냈다.

재포장을 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할인이 되는 쉬운 방법이 있다. 편의점 등에서는 4캔 맥주, 1+1 음료 등의 할인 상품의 경우 바코드 인식 시 자동으로 할인이 적용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2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국제 흐름에 맞춰 탄소중립·탈플라스틱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정말 필요한 포장만 혹은 포장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유통과 판매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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