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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면 하나 끓여 먹는데, 이렇게까지” 5개입 포장…비닐쓰레기 주범 [지구, 뭐래?]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5개 묶음 봉지라면.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편의점처럼 계산할 때 자동으로 할인 적용할 수는 없는 건가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면 ‘1+1’, 증정품, 묶음 포장 등의 방식으로 할인된 상품들을 마주하게 된다.

할인을 이유로 완제품을 다시 한번 묶어서 포장하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다. 불필요한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다.

그런데도 라면, 우유, 김, 콜라 등 다양한 상품이 여전히 묶음 포장이 된 채 팔리고 있다. 이는 이른바 ‘재포장 금지법’에 예외가 많아서다.

재포장금지법 시행 3년 차를 맞으면서 환경단체 등에서는 재질이나 개수에 상관없이 불필요한 재포장 쓰레기를 없애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20봉씩 묶음 포장된 도시락김이 판매되고 있다. 주소현 기자

서울환경연합과 제로웨이스트가게 3곳(꽃삼월·도가게·안녕상점)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쓰레기를 줄이지 못하는 재포장 금지법을 예외 없이 확대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1차 포장과 달리 재포장은 하지 않아도 제품의 상태, 성능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단순 편리함을 위해 한번 더 포장하는 과대 포장에 불과한 재포장은 쓰레기 문제 중 가장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즉, 재포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2021년부터 시행된 재포장 금지법(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면적이 33㎡ 이상인 매장에서 낱개로 판매되는 상품을 3개 이하로 묶어서 합성수지 재질(비닐)의 필름이나 시트로 다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뒤집으면 4개 이상의 상품은 여전히 비닐로 다시 감싸 포장해 팔아도 되고, 비닐 외에 종이, 플라스틱 등으로 재포장을 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5개 묶음 봉지라면. 주소현 기자

실제 대형마트에서는 법망을 피해간 재포장 상품들이 다수 판매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라면이 있다. 낱개 봉지라면 4~5개를 묶어서 하나로 파는 상품이다. 포장 재질이 법에서 금지한 비닐이지만 개수가 4개 이상이라 불법이 아니다.

김도 마찬가지다. 도시락김 10~20개씩 묶어 커다란 비닐로 묶어 판매 중이다. 이중에는 낱개 김의 포장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빼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유나 콜라 등 음료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재포장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비닐이나 종이로 된 띠지로 우유 종이팩 2개를 감싸거나 페트병 입구를 플라스틱 고리로 고정하는 식이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콜라. 왼쪽에는 페트병 입구를 플라스틱 고리로 묶어뒀으나 오른쪽의 경우 재포장 없이 할인을 안내하는 팻말만 있다. 주소현 기자

그렇다면 왜 3개까지는 재포장이 안 되고, 4개부터는 가능한 걸까. 이는 재포장 금지법이 마련될 당시 주 타겟이었던 ‘1+1 우유’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유를 손잡이가 달린 비닐 봉지에 넣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1+1’, ‘2+1’ 상품을 겨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포장 금지법(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시행되기 이전 손잡이가 달린 비닐에 포장된 우유(왼쪽). 최근에는 비닐이나 종이로 된 띠지로 포장이 바뀌었다 [환경부 제공·주소현 기자 촬영]

불필요한 비닐 포장 쓰레기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재포장 금지의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여론도 감지된다.

서울환경연합 등이 9월 15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진행한 재포장 금지법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민 355명 중 69%는 낱개 포장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재포장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31%였다.

‘재포장 없이 낱개로 판매한다면 구입하겠느냐’는 질문에 96.6%가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4개 이상 재포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도 95.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시민들은 “바로 버리게 되는 재포장 비닐이 없다면 분리 배출하는 수고가 줄어들 것 같다”, “포장을 하지 않고 ‘몇 개 가져가세요’라고 써 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냈다.

서울환경연합과 제로웨이스트가게 3곳(꽃삼월·도가게·안녕상점)이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재포장 금지법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소현 기자

재포장을 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할인이 되는 쉬운 방법이 있다. 편의점 등에서는 ‘4캔 맥주’, ‘1+1’ 음료 등의 할인 상품의 경우 바코드 인식 시 자동으로 할인이 적용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국제 흐름에 맞춰 탄소중립 및 탈플라스틱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말 필요한 포장만 혹은 포장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유통과 판매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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