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주요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 수장 교체를 시작으로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2021년 11월부터 약 2년간 진두지휘해 온 권영수 부회장은 용퇴한다.

신임 대표를 맡는 김 사장은 1998년 LG그룹 배터리연구센터에 입사해 소형전지와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등을 두루 경험한 배터리 전문가다. 2014년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자동차전지사업을 담당하면서 고객 수주를 대폭 확대했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JV) 추진을 주도했다. 생산 공법 혁신,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진두지휘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여 만에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게 됐다.

김 사장의 향후 과제로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가 꼽힌다. 권 부회장이 시장 초기 사업 규모를 대폭 확장하는 데 힘을 쏟았다면, 김 사장은 향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경영의 내실을 다질 것으로 점쳐진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시기를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배터리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 창의적 융합을 이끌 젊은 리더십을 보유한 김동명 사장이 최적의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승돈 자동차전지 개발센터장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부사장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자동차 개발센터장을 맡고 있다. 고객사의 요구와 시장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제품 전략 수립 등에서 성과를 내 이번 승진 인사에 포함됐다.

최 부사장 승진을 비롯해 ▷전무 승진 4명 ▷상무 신규선임 18명 ▷수석연구위원(상무) 신규선임 1명을 포함, 총 24명의 2024년 임원 승진안이 확정됐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권 부회장이 용퇴하며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직접 발탁한 부회장급 전문경영인들은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권 부회장은 구 선대회장 별세 후 지주사인 LG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당시 신임 회장인 구광모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겨 성공적으로 IPO를 완수했고, 500조원이 넘는 수주 잔고를 달성하며 LG에너지솔루션을 세계 최고의 배터리 회사로 키웠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전자 제공]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주요 계열사들도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인사를 발표한다. LG화학은 이날 오후 4시 이사회를 열고 인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23일에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가, 24일에는 LG전자의 인사가 예상된다. 경기 불안정성이 장기화하면서 대대적 쇄신보다는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을 둘 전망이다.

LG전자의 경우 글로벌 가전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B2B(기업 간 거래) 강화 등 돌파구를 마련하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전장사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뚜렷한 성과를 냄에 따라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역시 유력한 부회장 승진 후보다. 정 사장은 2019년 취임 후 꾸준하게 LG이노텍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경우, 타 계열사로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대형 패널 시장 불황으로 조 단위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임기가 2026년 3월까지인 만큼 연임에 무게가 쏠린다. 정 사장이 연임될 경우 위기 극복 및 조직 문화 개선 등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윤·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