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를 찾아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박상현 기자] 내년 총선 차출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변에 “출마한다면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가장 센 상대와 붙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둘러싼 두 사람의 대결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여기에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총선 차출 대상으로 당 안팎에서 거론되면서, 윤석열 정부 ‘스타 장관’의 총선 차출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장관의 출마에 대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 자신들에게 호재가 될 것이란 분위기다. 여당은 원 장관이 수도권 험지 출마의 결기를 보여줌으로써 총선 승리 동력에 일부 기여할 수 있고,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한 장관의 출마도 주요 승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현재 대통령실이 한 장관의 후임 인선 작업에 나섰다고 알려지면서, 한 장관이 수도권에 나온다면 수도권 지지층 결집과 동시에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선거가 흘러갈 수 있다는 기대도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반면 민주당 내에선 두 장관의 출마가 구체화하지 않은 점을 들어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두 장관의 출마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원 장관은 지역 택지 개발이나 교통 문제 등 해왔던 일들이 수도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래서 그동안 해왔던 정책들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장관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거의 대선 주자 급”이라며 “젊은 층에도 매력적으로 소구될 수 있는 인물로 어떤 곳에서 본인 정치를 펼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포스트를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4선을 지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한데 그 심판의 성격을 오히려 야당 심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심판을 돌릴 수 있는 게 한동훈 장관”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한 장관의 출마에 대해 “검사 공천의 완성”이라며 “정권 심판론을 얘기하더라도 결국 여당 공천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마치 한 장관은 ‘총선의 김태우’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정부 심판론으로만 하면 대승을 못 했을 것”이라며 “결국 정부 심판론에 더해서 후보 자질론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입장에서 한 장관은 탄핵 사유가 가장 명백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노후계획도시 정비특별법 연내 통과 촉구를 위한 주민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

전문가들은 인천 계양이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온 ‘험지’인 점, 한 장관이 지닌 윤석열 대통령의 ‘분신’ 이미지 등을 향후 ‘명룡대전(이재명 대표와 원희룡 장관의 대결)’과 한 장관의 총선 출마의 과제로 꼽았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한 장관의 출마가 지지층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데 그리고 국민적인 호기심과 관심을 이끄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미지가 겹친단 점에서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인천 계양 지역구는 국민의힘의 승산 여부도 있지만 상대가 웬만하지 않다”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하러 나가는 건데 원희룡 장관이 그렇게 자객 공천 카드로 소비될 그런 정도의 위상은 아니다”라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다만, 현재까지 두 장관의 출마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원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정 지역이라거나 상대방에 대한 건 총선 참여나 어떠한 역할이 가장 지금 나라를 위해 필요로 되는 지에 대해서 저도 더 깊은 검토와 당과의 논의를 해야 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한 장관은 총선 출마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장관은 전날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평가 시스템인 대전 한국어능력평가센터(CBT) 개소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출마 관련 질문에 “그거에 관해서는 충분히 말씀을 드렸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제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장관이 ‘여의도 화법을 쓴다’는 평가에 대해 “저는 나머지 5000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답한 것을 두고, 사실상 출마를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