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비즈] 현명한 하얼빈시장 공략법

“틱톡에서 봤습니다. 한국 프라이팬을 직접 사용해본 후 저희 백화점 마트에서 판매를 고민하고 싶습니다.”

하얼빈 최고급 유통매장인 원대백화점 구매팀장에게서 요청이 왔다. 11월의 하얼빈은 이미 눈 덮인 겨울이지만 틱톡을 통한 판매열기는 달궈진 프라이팬만큼 뜨겁다. 고급 백화점의 주차장 입구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고급 차량이 줄지어 드나들고, 신선도 유지를 위해 낱개포장된 야채는 고가에 판매된다.

하얼빈과 그 인근 지역은 코로나 통제가 풀린 후에도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예전만 못하지만 틱톡 등을 통한 온라인 구매는 활발한 편이다. 현지 소비자들이 관영 매체보다 개인 매체를 즐겨보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중국 현지 진출을 원하는 우리 기업이라면 온라인 상품판매 전략과 함께 현지 판매 확대를 위한 물류창고 운영 노하우가 필요해보인다.

하얼빈 인근 도시인 쟈무스의 한 수입품 매장은 최근 일본산 제품을 판매대에서 전부 내리고 한국산 제품을 수입하기를 희망했다. 코트라 하얼빈무역관은 10월 말 한국 기업과의 온라인상담을 현장 지원했다. 현장에서 만난 수입상과 유통상들은 우리나라 스낵류 등 식품, 화장품, 주방용품에 대한 수요가 컸다. 수입식품 코너에서는 한국의 유명 브랜드 과자가 인기다. 또 중국에 덜 알려진 국내 중소 브랜드의 화장품 모델을 찾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가격이 투명해진 대기업 제품에 비해 유통마진을 확대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한국산 의료용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내 유명한 치과의사 상당수가 쟈무스치과대학 출신이다. 쟈무스에는 민영 치과 클리닉, 치과 기자재 및 소모품 생산공장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은 가성비 높은 한국산 치과용 그라인더와 실리콘 수입을 원한다. 코트라에 한국산 의약품, 의료기기 수입을 문의하고 제약기업을 찾는 경우도 더욱 잦아지고 있다. 단, 하얼빈지역에서 3000㎞ 이상 떨어진 중국 광둥성에서 조달받는 기자재와 소모품이 쟈무스 현지 생산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어 현지에서는 가격경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치과용 임플란트의 입찰 상한가격을 제한한 중국의 중앙집중식 구매 정책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되면서 치과업계의 유통마진이 대폭 축소되고 외국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걱정도 있다. 치과 기자재의 중국 국산화를 꾀하기 위한 정책이다.

현지 진출을 원하는 우리 기업이라면 중국 로컬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으로 제약용 API의 원료를 수출하는 중국 제조기업을 활용, 우리의 의약품 완성품을 수출해 중국 내 판매를 유도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투자도 중국 진출방안이 될 수 있다. 현지 투자는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세분화된 고객군을 대상으로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기업소득세를 많이 내는 기업이 대접받는 중국 시장 진출 시 주의해야 할 점은 ‘투자 초기’에 받을 수 있는 감면세 혜택과 보조금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현지 투자를 할 만큼 지속 가능한 시장이 있는지, 견실한 후방산업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허성무 코트라 하얼빈 무역관장

zzz@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