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반도체·개인 2차전지 순매수 두드러져
[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공매도 금지 이후 한국 증시가 내리막을 탈 것이라는 증권사의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 미국 금리 정점론이 불거지면서 전세계 증시에 훈풍이 분 영향도 있지만, 한국 코스피는 주요 20개국 증시 중에서도 공매도 금지 이후 수익률 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외국인의 해당업종 순매수와, 공매도 금지로 안도한 개인들의 2차전지 순매수가 한국 증시의 ‘뜻밖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와 각국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이후 전날까지 코스피의 수익률은 5.1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익률이 5%를 넘어선 지수는 브라질 BOVESPA(6.6%)와 미국 나스닥(5.98%)뿐이다.
독일 DAX는 4.69%, 전날 33년만에 장중 최고치를 경신한 니케이225는 4.5%에 그쳤다. 러시아 RTS(4.46%)와 유로스톡스50(4.02%), 그리고 한국 코스닥(3.97%)이 뒤를 이었으며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24%, 인도 SENSEX는 2.01%에 그쳤다.
지난달 코스피가 G20 주요 24개 주가지수 중에서 수익률 22위, 코스닥지수가 꼴찌에 그친 것을 기록하면 괄목할 만한 상승세다.
미국 금리 정점론이 전세계 증시에 거의 동일한 영향을 미친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반도체 매수·개인의 2차전지 매수가 코스피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개인들은 삼성전자(-2조866억원), SK하이닉스(-2539억원) 등 반도체주를 대거 팔면서 2차전지 관련주인 POSCO홀딩스(3063억원), 포스코퓨처엠(2259억원), 에코프로머티(2381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1조4278억 원), SK하이닉스(3392억원), 삼성전자우(439억원) 등 반도체 관련주를 대거 순매수했다.
금리와 함께 주가를 가를 요소로 지목된 기업 펀더멘털은 한국증시에서는 무력화된 양상이다. 올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상사·자본재, 유틸리티, 에너지, 필수소비재, 미디어·교육, 헬스케어 업종 중 에너지를 제외하면 모두 호실적과 괴리된 주가 반응이 나타났으나, 오히려 상당한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 업종에 대한 시장의 쏠림 현상이 부각된 것이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어닝서프라이즈와 실적시즌 주가 반응을 비교해 보면, 3분기 실적은 시장의 흐름을 결정지은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 뚜렷하다”며 “결국 이번 실적 시즌의 시장 흐름은 펀더멘털보다는 일부 업종에 쏠린 시장의 수요가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당분간 향후 시장 흐름 예측에 있어 이들 두 업종의 영향력이 유독 크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11월 들어 코스피 반등과 외국인 순매수가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금지 이후 증시 하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 급등을 점쳤지만, 10월 말 종가 대비 이날 시가 기준 환율은 1350.5원에서 1288.0원으로 4.62%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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