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지지율이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하며 20% 초·중반대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일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7∼19일 유권자 10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 13∼15일 조사보다 10%포인트 급락한 24%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요미우리 조사에서 자민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지지율 20%대는 일본에서 정권 위기 수준으로 평가된다.

기시다 총리 직전에 집권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퇴임을 표명한 직후에 이뤄진 2021년 9월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31%였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학재단 관련 비리 의혹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을 때인 2017년 7월 내각 지지율이 36%였다.

마이니치신문이 이달 18∼19일 유권자 1032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 14∼15일 조사보다 4%포인트 떨어져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21%를 기록했다. 매체는 조사 방법 차이를 고려해도 이번 지지율은 민주당 집권 시기였던 지난 2011년 8월 간 나오토 당시 내각의 15% 이후 최저치라고 짚었다.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진 58%를 기록했다. 일본에는 총리를 배출한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내각 지지율이 60%를 넘기지 못하면 정권 유지가 힘들다는 이른바 ‘정당 지지층 법칙’이 있는데, 기시다 내각이 해당 법칙의 위험한 수준에 진입한 것이다.

더불어 아사히가 마이니치와 같은 기간에 10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25%로 나타났다. 자민당 지지층의 내각 지지율은 59%였다.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아사히 조사에서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더 많아졌는데, 요미우리 조사에서 이 같은 응답률은 지난달보다 13%포인트 급등한 62%였고, 마이니치 조사는 6%포인트 상승한 74%였다. 아사히 조사에서는 5%포인트 오른 65%로 나타났다.

일본 언론은 여론조사를 통해 감세와 차관급 인사의 사퇴 도미노 현상에 대한 싸늘한 민심이 드러났다고 짚고, 기시다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자민당은 국회의원과 당원 및 당우의 투표로 총재를 뽑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맡고 있는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에 끝나고, 중의원 선거는 2025년 10월에 치러질 예정이다.

요미우리는 “현시점에서 기시다 총리의 유력한 대항마가 눈에 띄지 않고, 당내 1∼3 파벌이 기시다 총리를 지지하는 구도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면서도 “내년 봄 이후에도 내각이 저조한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