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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만원이면 정부24 신분증 제작” 수능 끝나니 ‘가짜 모바일신분증’ 기승
정부24에서 발급된 것처럼 위조 신분증 제조
생소한 모바일신분증에 자영업자 “구분 어려워”
모바일문서는 공문서 아냐…처벌 규정도 모호
모바일 신분증을 만들 수 있다며 홍보하는 위조업체가 제시한 위조 신분증 예시. 사진과 개인정보를 입력해줄 수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버젓이 광고를 하고 있다. [SNS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가짜) 모바일 신분증 만들고 남은 미성년자 생활 알차게 즐기세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중심으로 모바일 신분증 위조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도입돼 정부24·패스(PASS) 앱에서 발급하는 모바일신분증은 150만명 가량이 만들었지만 실사용율은 아직 낮다. 업자들은 이 점을 악용해 “자영업자를 속이고 성년인 것처럼 행세해 주류 구매, 유흥업소 출입이 가능하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갓 마친 수험생을 대상으로 가짜 모바일 신분증을 만들라며 유혹하고 있다.

이들은 가짜 신분증을 동영상으로 제작, 링크로 배포하는 식으로 품질에 따라 1만원에서 3만원을 내면 동영상을 만들어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 가짜 신분증 제작업자는 “QR코드만 나오는 화면은 직원들이 안 믿을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보이는 2번째 화면까지 만들어 쓸 수 있다”며 “정부24에서 발급하는 모바일 신분증은 실물 주민등록증과 효력이 같다”고 홍보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니 편의점주들도 가짜 모바일 신분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종열(58) 씨는 “지점마다 QR코드를 검증하는 기기를 사용하면 진짜 모바일신분증도 인식 및 검증에 시간이 다소 걸리는 편”이라며 “가짜를 들이대도 ‘캡처방지 시스템이 작동 중’이라는 내용이 나오면서 남은 시간이 계속 변동되다보니 기기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직원들이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해) 본사 차원에서도 이야기가 나왔고, 편의점주들 사이에서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위조 신분증을 막기 위해 모바일신분증을 아예 받지 않기로 결정한 편의점.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만 허용된다는 내용의 안내글을 붙였다. [편의점협의회 제공]

모바일신분증을 아예 받지 않기로 결정한 자영업자도 있었다. 홍성길 편의점협의회 정책국장은 “원래 캡처가 안 되는 앱도 일부 옛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작업이 가능해 그걸로 작업을 하는 것 같더라”며 “워낙 구분하기 힘들다보니까 모바일신분증은 인정 안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위조 신분증에 속았다 해도 책임은 모두 자영업자가 지게 된다.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 행정9단독 박지숙 판사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가 서울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자영업자가 아닌 서초구청 손을 들어줬다. 청소년 4명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가 서초구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은 A씨는 이들 중 2명이 성인 신분증을 제시했고, 서로 반말을 하고 있어 미성년자인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는 해당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도용해 기망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여기에 가짜 모바일신분은 공문서 위조·변조 대상에 포함되지도 많아 처벌 규정도 불명확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행법상 가짜 모바일신분증은 가짜 공문서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형법 상에 해당하는 문서는 말 그대로 종이에 적힌 문서가 대상이다”며 “모바일문서를 공문서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서 가짜 모바일 신분증 자체만으로는 죄를 물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 문서도 공문서로 인정해달라는 관련 법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다만 경찰 등 공무원에게 가짜 신분증을 보여주거나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현장에서 가짜 모바일 신분증을 내밀면 공무집행 방해죄, 사기 범죄에 사용하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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