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마라도나.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모두 화가 나고 이젠 지쳤다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절대 협상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큰 노력으로 우리가 얻은 권리인 낙태법, 성교육, 동성결혼 등을 돌이켜선 안된다.” (달마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결선 투표를 불과 12시간도 채 남겨놓지 않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故 디에고 마라도나의 딸들이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입장을 냈다고 현지 매체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라도나는 1986년 월드컵 우승의 주역으로, 아르헨티나 국민에겐 여전히 영웅으로 불린다. 지난 2020년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그의 딸들은 여전히 아르헨티나 유명인사로 이름이 있다.

첫째 딸 달마 마라도나는 자신의 SNS에 “군사독재 때 실종되고 사망한 사람은 3만여 명에 달하고, 극우 후보를 뽑는 것은 이 때로 다시 회귀하고 역사를 짓밟는 일”이라면서 “밀레이는 공개적으로 아르헨티나와 전쟁했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강경한 정책을 우상화하면서, 기후변화 위기까지도 부정하는 발언을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난 내 딸들이 총기 매매와 장기 매매가 합법인 나라에서 살게 하기 싫다"면서 “현재는 무료 공교육 덕분에 많은 사람이 공부를 마칠 기회가 있었고 나도 국립대학을 나왔지만, 밀레이의 정책에 따라 앞으로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달마는 ‘밀레이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글에서 그 이유를 조목조목 적었다.

동생 지아나나 마라도나도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밀레이에게 투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명 인사인 마라도나의 딸들이 여러 가십으로 논란의 주인공이 된 적은 있었지만, 대선결선 투표 직전에 이런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국가부도를 겪으면서, 연 14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로 고통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인들을 쓸어버리자’는 슬로건을 내세운 극우 밀레이 후보와, 점진적인 변화를 약속한 여당 후보 세르히오 마사 현 경제장관 중 한명을 선택해야 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밀레이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마사 후보를 앞서고 있으나 부동층 유권자가 10%가 넘 실제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박빙의 결선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