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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가계 부럽지 않은 원주 섬강-소금산 고공여행[함영훈의 멋·맛·쉼]
부담없는 경기, 가고픈 강원, 강점 겸비
섬강-소금산그랜드밸리 파란만장 절경
출렁다리,울렁다리,잔도 스릴과 힐링
뮤지엄산,박경리..원주 문예-자연 여행 확장

[헤럴드경제(원주)=함영훈 기자]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여주휴게소를 조금 지나면 만나는 섬강은 강원도-경기도 경계선이다.

집 떠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섬강을 지나자 마자 만나는 강원도 팻말을 보면 “와, 벌써 강원도다”라는 가벼운 감탄이 새어나온다. 청정생태로의 진입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중부지방 한복판이라 ‘집 가까워 편하다’는 마음이 드는 경기도와 ‘떠나고 싶다’는 느낌의 강원도를 모두 품은 곳이 바로 섬강과 소금산이다. 요즘 MZ세대의 방문이 늘고, 인생샷을 매개로 한 썸남썸녀의 사랑만들기 행각이 부쩍 많아져 ‘썸강’이라 부르는 사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강원도-경기도 경계지점, 원주 섬강 흥원창에 황혼이 깃들고 있다.

섬강 일대 3개 키워드는 달섬,소금산,간현이다. 달섬은 섬(island)이 아니다. 섬강 상류 월천에 있는 두꺼비 모양의 바위를 말한다. 달 속에 두꺼비(蟾:섬)가 산다는 전설을 품은 달섬이 섬강이라는 명칭을 만들어냈다.

출렁다리가 있는 산, 소금산은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원주 치악산 최고봉은 금강산에서 가장 높은 비로봉과 같은 이름이다. 간현은 ‘쉬어가는 고개’라는 어느 묵객의 시어, 고구려-백제-신라 접경지로 군사들이 칼을 갈았던 곳 등, 두 의미가 중첩돼 있다.

▶흥원창 석양= 섬강은 조선 수로교통의 핵심 교차로였다. 조선시대에는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부론면 흥호리에 이 일대 최대 조창이던 흥원창이 있었다.

흥원창은 남한강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서 강원남부·경북북부에서 모은 세곡을 육로로 옮겨 보관하던 창고였다.

흥원창 일대

흥원창에는 적재량이 200석인 평저선 21척이 있어서 동·중부 지방 세곡을 수납, 한강의 수운을 이용해 예성강 입구의 경창으로 운송했다.

이곳은 이제 국민건강 트레킹코스가 되었다. 원주 굽이길 9코스인 흥원창길은 문막체육공원을 출발해 부론면 법천소 공원까지 연결된 섬강변 둑방을 걷는 15.7㎞ 코스이다.

홍천에서 시작하는 금계천과 횡성의 횡성천, 원주의 원주천-삼산천 등의 지류가 횡성에서 발원한 섬강에 합류하고, 깊은 골짜기를 이루면서 곡류하다가, 흥원창에 이르러 남한강과 합수하여 한강으로 흘러간다.

가을의 끝자락으로 치닫던 지난 11월 10일 섬강 둔치에는 새하얀 억새꽃 물결이 넘실거리며 강물과 섬타고 있었고, 흥원창 석양이 어우러지면서 붉은 동양화를 빚어냈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국보)의 기단

흥원창길의 남쪽 종점 법천소 근처에는 문화유산이 대거 쏟아져 나온 법천사지가 있다. 신라 말 고려 초기 대표적인 법상종 사찰이다.

명봉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법천사 터엔 당간지주와 지광국사 현묘탑비(국보), 법당터, 석탑의 일부 등이 남아 있으며, 주변에는 이 절터에서 나온 석재들이 흩어져 있다. 지광국사 부도는 서울 경복궁내로 옮겨졌으나 탑비는 그대로 남아 있다.

남한강과 연결된 법천을 끼고 ‘쌍탑 1금당’ 가람이 구축되어 있다. 마침 인근엔 신라때 창건한 대사찰 거돈사지와 섬강을 낀 여주 고달사지가 있고, 원주 황룡사, 용화사, 석현사, 여주 신륵사, 미륵사 등과 함께, 물길로 연결된 성지 클러스터를 이룬다는 점이 이채롭다. 법천사지 주변엔 도요지와 사찰 일을 통해 생계를 잇던 사람들의 마을 흔적도 발견됐다.

소금산 그랜드밸리엔 장가계 보다 뛰어난 절경 감상 절벽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장가계가 울고 갈 소금산 고공 여행인프라= 놀기 좋아 너무도 유명한 간현관광지는 장가계의 절경 감상 인프라를 보다 업그레이드시킨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로 확장됐다.

소금산과 간현산의 절경을 스릴 넘치게 감상하는 이곳은 국내 출렁다리 건설붐을 초래한 소금산 다리를 출발해, 데크 산책로-소금잔도-전망대-소금산 울렁다리를 거쳐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잔도-다리-에스컬레이터로 구성된 장가계의 트레킹·관람 인프라 보다 더 다채롭다.

높이 100m, 길이 200m인 소금산 출렁다리을 거닐며, S라인 휘돌아나가는 섬강 지류 삼산천과 협곡을 발아래 두고, 짜릿함을 즐긴다. 2018년 개장 이래 300만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소금산 출렁다리
하늘 바람길에서 본 소금산 출렁다리. 내가 저 다리를 건너왔었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찔해 보인다.
소금산 울렁다리

출렁다리를 건너면 소금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하늘바람길 산책로를 따라 하산하는 길로 나뉜다. 하늘바람길을 따라 내려 오다보면 출렁다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소금산 정상부 아래 절벽을 따라 산벼랑을 끼고 도는 소금잔도는 200m 높이의 절벽 한쪽에 360m 길이로 만들었다. 장가계 잔도는 사형수들이 놓는 과정에서 희생도 많았다는데, 소금잔도는 첨단 캔틸레버 공법으로 안전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인 소금산 스카이타워에서 안구정화와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어 만나는 소금산 울렁다리는 기존의 소금산 출렁다리보다 2배 더 긴 404m의 보행현수교로 건너가는 사람이 아찔하여 마음이 울렁거린다는 뜻으로 ‘울렁다리’라 부른다.

다리 중간 중간 투명구간은 울렁다리의 하이라이트로, 아찔하고 스릴 넘치게, 섬강과 병풍처럼 주변을 둘러친 첩첩산중의 빼어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뮤지엄 산
용소막 성당

원주에는 이밖에, ▷조선의 도청소재지 역할을 했던 강원감영, ▷용의 품 속 지세에 108년전 지어진 프랑스식 교회 용소막성당, ▷오전에 가면 금강송과 아침이슬의 빚어낸 미학이 수려한 치악산 둘레길 7코스(싸리치옛길), ▷중앙-자유-도레미-중원전통시장 등 전통시장 클러스터, ▷국내 최고의 현대미술·공간예술·종이공예의 메카 뮤지엄산, ▷원주에 터잡아 집필을 이어간 박경리 작가의 기념물 등이 있다.

3개 즐기고 1박한 뒤 4개 더 즐기라는 ‘3.14 원주율’ 여행이 이젠, 하나씩 더 늘어 ‘4.25 여행’으로 커질 조짐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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