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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덤도 반대했던 K-팝 웹툰…어떻게 대중성까지 얻었나 [슈퍼IP 대전]
BTSㆍ엔하이픈ㆍNCT까지
K-팝 아티스트 IP가 웹툰으로
그룹 세계관ㆍ음악 방향성 연계
재미와 완성도가 성패 좌우해
르세라핌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크림슨 하트’ [하이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호랑이 사냥꾼’ 방탄소년단, ‘뱀파이어’ 엔하이픈, ‘별을 쫓는’ 투모로우바이 투게더…. 한국 대중문화계의 가장 강력한 IP(지식 재산권)로 꼽히는 K-팝 그룹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웹소설이 늘고 있다.

막강한 팬덤을 거느린 K-팝 아티스트 IP가 웹툰, 웹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은 오래된 트렌드는 아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가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뒤이어 지난 8월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와 스토리 IP 협업을 통해 그룹 NCT의 웹툰인 ‘NCT: 드림 콘택트’(NCT: Dream Contact), 라이즈의 성장기를 그린 웹소설 ‘라이즈 앤 리얼라이즈’(Rise & Realize)를 선보였다.

업계에선 “K-팝 아티스트 IP를 바탕으로 한 웹툰, 웹소설 개발은 팬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IP를 또 다른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 구조 다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 IP 협업을 통해 NCT 웹툰인 ‘NCT: 드림 콘택트’(NCT: Dream Contact)와 라이즈의 성장기를 그린 웹소설 ‘라이즈 앤 리얼라이즈’(Rise & Realize)를 선보였다. [카카오 제공]

K-팝 아티스트를 주인공으로 삼은 웹툰, 웹소설은 다양한 이야기로 존재하나, 저마다의 방향성은 다르다. NCT와 라이즈를 주인공으로 한 카카오 웹툰과 웹소설은 온전히 ‘그룹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다. 옴니버스 웹툰 형식의 ‘NCT: 드림 콘택트’는 ‘꿈’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NCT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주인공 소년들이 꿈과 무의식, 일상을 거쳐 두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반면 하이브 산하 아티스트의 웹툰, 웹소설은 “오리지널 스토리와 아티스트가 협업하는 형태로 스토리에 아티스트를 캐스팅하는 형식”(황보상우 하이브스토리사업본부 사업 대표)이다. 웹툰이라는 콘텐츠에 ‘배우’ 역할로 방탄소년단, 엔하이픈이 캐스팅되는 것이다. 다만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만큼 그룹과 이들의 음악적 메시지, 방향성을 연결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세븐 페이츠 : 착호(7FATES: CHAKHO)’[하이브 제공]
1인자 ‘하이브’…작품당 개발 기간만 1년

현재 이 분야의 1인자는 하이브다. K-팝 아티스트 IP와 협업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장 먼저 개발했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역시 하이브가 시도하는 고유의 스토리 IP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아티스트의 브랜드, 음악적 메시지와 연계성을 가지나, ‘음악적 문법’에 국한하지 않고 장르와 포맷을 넘나들며 스토리 기반 IP로서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하이브에선 현재까지 총 다섯 팀의 아티스트를 통해 다섯 편의 웹툰을 공개했다. 지난해 1월 방탄소년단(‘세븐 페이츠 : 착호(7FATES: CHAKHO)’)을 시작으로 엔하이픈의 웹툰 ‘다크 문(DARK MOON): 달의 제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별을 쫓는 소년들’(2022년 1월), 르세라핌의 ‘크림슨 하트’(2022년 11월), 엔팀(&TEAM)의 ‘다크 문 : 회색 도시’(2022년 12월) 등이다.

하이브의 스토리 개발 과정은 ‘집단 창작’ 형태로 진행된다. 작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1년 내외의 시간을 투자해 각각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탄생한다. 먼저 아티스트 팀 브랜딩과 메시지를 정한 뒤, 이를 서사를 가진 이야기 구조로 풀어낸다. 내부에서 탄탄한 스토리를 개발하면, 디테일한 설정에 따라 캐릭터, 배경 등의 시각적 디자인과 콘셉트 아트를 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웹툰, 웹소설의 외부 작가와 협업, 하나의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보는 콘텐츠인 웹툰에서 중요한 것은 그림이다. 황보상우 하이브 스토리사업본부 사업 대표는 “작화에서 가장 고려하는 것은 우리의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멤버와의 외형적 일치 보다는 스토리 속 캐릭터와 매칭된 멤버 간의 조화가 얼마나 몰입도를 높이는 지를 고려하고 있다. 해당 작화가 IP의 사업적 확장과 가치를 동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하이픈의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하이브 제공]
업계 최고 성공작…엔하이픈 ‘다크 문: 달의 제단’

그간 하이브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거둔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 ‘세븐 페이츠 : 착호’는 공개 이틀만에 누적 조회수 1500만 회를 돌파했고, ‘다크 문: 달의 제단’, ‘별을 쫓는 소년들’은 공개 하루만에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서비스에서 실시간 화제의 신작 차트에서 나란히 1, 2, 3위에 올랐다.

‘다크 문:달의 제단’은 하이브 스토리 IP는 물론 모든 K-팝 그룹 웹툰 중에서도 대표 성공 사례다. 2022년 1월 연재를 시작, 지난달 완결된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 전 세계 누적 조회 수 1억5000만회(8월 기준)를 돌파했다. 현재는 ‘다크 문’ 시리즈의 후속편인 ‘다크 문: 밤필드의 아이들’, ‘다크 문: 바르그의 피’, ‘다크 문: 두 개의 달’도 제작 중이다.

이 작품이 팬덤을 넘어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웹툰 세대가 좋아할 만한 소재와 그림체, 스토리를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토리와 아티스트, 음악으로 이어지는 ‘유기적 연계성’은 팬덤의 몰입감을 높인다.

실제로 스토리의 중심축인 ‘뱀파이어’ 설정은 엔하이픈 음반과 뮤직비디오에서 주요한 데마로 다뤄진다. 2020년 발매된 데뷔 타이틀곡 ‘기븐-테이큰(Given-Taken)’의 가사에 ‘붉은 눈빛’, ‘하얀 송곳니’ 등 뱀파이어 설정을 담은 표현이 나왔다. 이는 웹툰으로도 반영, ‘팬심’을 움직였다. 웹툰에 등장한 파티 장면이나 드셀리스 아카데미 배경을 뮤직비디오와 실제 공연 무대에서의 비주얼 모티브와 무대 연출로 재현한 것이다.

엔하이픈이 주인공이 된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속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에 수많은 10~20대 팬들이 모이고 있다.[하이브 제공]

심지어 ‘다크 문: 달의 제단’과 서사의 결을 공유하는 앨범도 있다. 올해 5월 발매한 ‘다크 블러드(DARK BLOOD)’의 타이틀곡이 대표적이다. ‘바이트 미(Bite Me)’는 잊고 있던 운명의 상대와 재회한 소년이 서로가 피로 연결된 운명임을 자각하고, 그 증표로 나를 다시 물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는 웹툰의 하이라이트 편에는 노래 가사와 연결된 대사(‘내 목을 물어줘’)로 표현됐다.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자, 이것 자체로 또 다른 협업이 만들어진다. 이 작품은 롯데월드와 협업, 지난 9월부터 ‘다크 문: 달의 제단’ 속 세상을 놀이공원에 구현했다. 수많은 10~20대 팬들이 롯데월드에 모여 실사판 웹툰을 즐겼다. 글로벌 SPA 브랜드 ‘스파오’에선 드셀리스 아카데미의 로고를 활용해 파자마, 럭비티, 볼캡, 양말 등 실용적인 상품을 출시, 오픈런을 기록했다. 홍대 AK점은 역대 일매출 기네스를 달성했다.

황보상우 대표는 “‘다크 문: 달의 제단’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작화 등 ‘스토리 IP’ 자체의 힘이 독자들에게 통했기 때문” 이라며 “아티스트의 ‘음악’과 ‘스토리 IP’가 만나 강력한 시너지 효과로 팬들은 더욱 몰입도 높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스파오’에선 드셀리스 아카데미의 로고를 활용해 파자마, 럭비티, 볼캡, 양말 등 실용적인 상품을 출시, 오픈런을 기록한 것은 물론 홍대 AK점은 역대 일매출 기네스를 달성했다. [하이브 제공]
우려 극복하고 대중성 확보…재미와 완성도가 관건

하이브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처음부터 팬덤과 대중의 마음을 샀던 것은 아니다. 특히 방탄소년단을 대상으로 한 웹툰, 웹소설을 개발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팬덤 사이의 우려와 불만도 적지 않았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룹들을 앞세운 만큼 팬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아티스트가 소비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는 기존 팬덤을 넘어 웹툰 소비층까지 흡수하며 대중성을 얻었다. 특히 ‘다크문: 달의 제단’은 하이브가 직접 개발한 ‘스토리 IP’의 대중적 성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티스트와 연계된 IP를 일상으로 확장한 사례일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를 넘어선 파생 IP인 ‘스토리’에 대한 팬덤 형성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황보상우 대표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개발하는 구성원들은 아티스트와 음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이를 오리지널 스토리와도 긴밀히 연결시키며 오랜 기간 준비를 해왔다”며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일념으로 외부 파트너 사와 여러 크리에이터 분들이 함께 노력하며 시너지를 이뤘다. 콘텐츠는 결국 재미와 완성도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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