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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수돗물 수질 향상에 1조원 이상 투입…판매 못해 아쉬움 여전” ‘서울 물 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 발간
서울역사편찬원, 역사구술자료집 발간
서울 상수도 건설·운영 공무원 4인 만나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7권 ‘서울 물 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7권 ‘서울 물 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1970~1980년대 서울의 상수도 건설과 운영을 담당했던 공무원 4명의 활약상을 구술로 풀어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2009년부터 서울시민들에게 현대 서울의 생생한 역사를 전달하기 위한 구술채록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총 16권의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총서를 발간했고, 이번에 17번째 자료집을 발간했다.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는 서울의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시기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 증가에 대비해 생활에 필요한 기반시설(인프라)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교통과 주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시기 서울 곳곳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시기 ‘불도저’로 불렸던 김현옥 서울시장 ‘두더지’로 불린 양택식 서울시장, ‘황야의 무법자’로 불린 구자춘 서울시장, 이들에게 붙여진 별명들은 모두 토목공사와 연관된 것들이었다. 서울은 언제나 만원이었고, 언제나 공사중이었다.

동시에 상수도 역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부족한 수돗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서울 곳곳에 배수지가 건설되었다.

수도관 공사도 밤낮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고지대에 사는 시민들은 늘 물 부족에 시달려야했다.

이 시기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동수도나 급수차 앞에서 줄을 서서 물을 기다렸다. 구청이나 시청으로 몰려가 물 부족을 호소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수돗물은 어제의 서울시민들에게는 사치스러운 미래였다.

이번에 발간된 ‘서울 물 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는 상수도 시설 및 행정의 역사를 써내려갔던 공무원들의 이야기다.

책에는 모두 4명의 구술자가 등장한다.

서울시의 상수도 운영 계획 수립부터 배수지와 정수장 건설 현장의 지휘, 감독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등장 인물은 김정수 전 서울시 수도국 기전과장, 김의재 전 서울시 제1부시장, 김홍석 전 서울시 상수도본부 차장, 진익철 전 서울시 상수도본부장 등 4명이다.

▶김정수 전 서울시 수도국 기전과장=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정수 전 서울시 수도국 기전과장은 1935년생이다.

1971년 수도국 기계계장으로 발령받았다.

그 당시 서울 곳곳에는 추가로 배수지가 건설중이었다. 허나 늘어나는 인구와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당시 상수도 분야 기술 용어는 대부분 일본식이었다. 광복 이전 일본인들이 운용했던 상수도 시설을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이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는 청계천 헌책방을 뒤져가며 일본책을 구해 따로 상수도 분야를 공부해 용어를 우리식으로 바로 잡았다. 또 후배들에게 상수도 기술교육을 했다.

▶김의재 전 서울시 제1부시장=두 번째 인물인 김의재 전 서울시 제1부시장은 1937년생이다.

수도국 업무과장을 비롯해 서울시 감사관, 상수도 본부장을 거쳐 제1부시장을 지냈다. 1982년 수도국 업무과장을 맡았을 때 기존 실비제였던 수도관 인입공사비를 정액제로 바꾸었다.

또한 이것을 서울시 수도 조례로 명문화했다. 당시 강남에는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동시에 주변에 대형 수도관이 부설되었다.

그 수도관은 각 가정으로 연결돼 공사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1984년에만 240억원의 큰 흑자를 냈다.

김 전 부시장은 당시 이러한 ‘수도공사 정액제’가 수도 역사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고 평가한다.

▶김홍석 전 서울시 상수도본부 차장=세 번째 인물인 김홍석 전 서울시 상수도본부 차장은 1940년생이다.

서울시 수도국 구의수원지 사무소장, 수도국 수원기전과 과장, 수도기술연구원 소장, 상수도본부 차장을 지냈다.

당시 서울의 확장과 개발에 따른 물 수요를 감당하려면 기존 소형 임시 배수지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김 전 차장은 1980년대 당시 상계동에 대형 아파트 단지를 짓고 있던 대한주택공사의 협조를 얻어 그 일대에 10만t 규모의 월계배수지를 조성했다.

이때 김 전 차장이 강조한 것은 선입선출과 직결급수다. 선입선출이 되지 않으면 어딘가에서 물이 고여 썩거나 문제가 생긴다.

주택가 옥상의 노란색 물탱크나 지하 저수조가 문제의 근원이었다.

김 전 차장은 목동 아파트 단지 건설 당시 직결급수를 추진, 지하 저수조 대신 대형 배수지를 건설하는 업무를 맡았다.

▶진익철 전 서울시 상수도본부장=네 번째 인물은 진익철 전 서울시 상수도본부장으로, 1951년생이다.

서울시 상수도국 업무계장, 환경국장 등을 지냈다.

그가 상수도본부장으로 취임할 당시 가장 큰 현안은 시민들의 음용률이었다. 깨끗한 물의 음용을 위해 세금이 대거 투입됐지만, 수돗물 음용률은 낮았다.

이에 진 전 본부장은 ‘아리수’를 브랜드화하고 페트병에 넣어 판매하는 방식을 기획했다.

음용률을 높이려면 아리수를 판매하여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씨는 당시 정치인들이 “시민들에게 물까지 팔려고 하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아리수의 수질 향상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더 이상 비판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그들을 완전히 설득시켜 아리수 판매를 못한 것은 여전히 아쉬워했다.

책은 서울 주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의 서울책방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도 볼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번에 발간된 '서울 물 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는 그 시절 서울의 상수도 건설과 운영, 그리고 안전한 수돗물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했던 상수도 공무원들의 모습을 생생히 엿보는 기회”라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주제의 역사구술자료집 발간을 통해 시민들이 서울의 역사를 더욱 생생히 접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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