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시작에 앞서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2시10분까지 진행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은 지난 9월 모의평가 때 불거진 ‘물수학’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심주석 EBS 현장교사 평가단(인천하늘고) 교사는 “수학 영역은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6월 모의평가보다 쉬웠고, 9월 모의평가보다는 최상위권 변별 문제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2023학년도 수능과 비슷한 수준에서 변별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EBS 현장교사 평가단은 최상위권부터 중하위권까지 충분히 변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 문항을 골고루 출제된 것으로 분석했다.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와 적용 여부, 주어진 조건에서의 문제해결 및 추론능력, 분석 및 탐구력을 묻는 문항이 골고루 배치됐다고 했다. EBS 현장교사 평가단은 고난도 문항으로 ▷공통 15번 ▷공통 22번 ▷확률과통계 30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을 꼽았다.

심 교사는 “수학 영역 만점자가 2023학년도 수능에서 900명가량,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600명, 9월 모의평가에서 2500명이 나오면서 ‘쉬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최상위권은 ‘어려워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그외 학생들은 ‘9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에 진행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시험 수학 만점자 수는 ▷2023학년도 수능 934명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371명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2520명이다. 이과 최상위권 학생에게 수학 만점은 ‘의과대학’ 당락을 가르는 기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2024 대입 정보 119’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의대 선발 정원은 총 3016명으로, 이 중 정시로는 1144명이 선발된다. 지난 9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 만점자가 2000명을 넘기면서 이과 최상위권 변별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2024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 22번 문제. 박지영 기자

심 교사는 수학 영역에서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단답형 문항 난도가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학 공통과목(수학Ⅰ, 수학Ⅱ)의 단답형(주관식) 22번 문항을 주목했다. 22번 문항은 수학Ⅱ 관련 문제로, 조건을 만족시키는 그래프의 개형을 추론하고 함수식을 구하는 문항이다. 심 교사는 “그래프 개형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 변별력을 갖춘 문항이다. 하지만 여러 수학적 개념을 복합적으로 결합하지 않고 그래프만 유추하면 복잡한 계산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 교사는 “22번 문항은 조건이 1개로 간결하고, 풀이 과정이 간단하다”며 “반면 킬러 문항으로 꼽혔던 문제들은 조건이 가, 나, 다 3개로 복잡하다. 풀이 과정도 상당히 길게 나온다”고 비교했다. 또 “조건하에서 수학적 사고를 얼마나 진행시킬 수 있는지 묻고, 짧은 계산으로 정답에 도달할 수 있게 했다. 킬러 문항이라고 지적된 부분들과 가장 큰 차이”라며 “사교육에서 가르치는 요령과 스킬 같은 것으로는 수능을 대비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주목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