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가격 꼼수 아닌 착시현상”…정부 압박에 식품업계 ‘속앓이’
3분기 실적 대부분이 해외서…중량 축소 효과 적어
원재룟값 인상에 소비 위축 고민…불만 목소리 커져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김희량 기자] “식품업계의 ‘꼼수 인상’은 정직한 경영이 아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살피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도 높은 비판에 식품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후속조치를 예의주시하며 내부적으로 인상 계획을 조절하고 있다. 업계 곳곳에서는 제조사만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감지된다.

주요 식품기업은 가격은 올리지 않는 대신 중량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풀무원은 지난 3월 핫도그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고, 한 봉당 개수를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였으나 최근에야 알려졌다. 농심(오징어칩·양파링), 해태(고향만두) 등도 지난해와 올해 제품 함량을 줄였지만, 소비자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업계는 중량 축소로 가격 인상 효과를 누렸다. 실제 농심과 풀무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9%, 55.2% 올랐다. 같은 기간 빙그레는 153.9%, 삼양식품은 124.7% 증가했다.

하지만 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원재룟값 인상과 소비 위축으로 실질적인 수익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원재룟값이 많이 올라 영업이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며 “기저효과로 올해 유독 실적이 개선됐다는 착시가 비판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적 개선 배경은 주로 해외 매출 비중 증가에 있다”며 “국내에서 중량을 줄이면서 거둔 이익을 논하기엔 그 규모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실제 농심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3분기 미국과 중국 등 해외법인의 영업이익 합계인 200억원에 국내 법인의 수출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 2019년 29%에서 올 상반기 38%로 상승했다.

오히려 정부가 롯데·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를 비롯해 네이버 등 이커머스가 취하는 유통 비용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는 해외 상장 다국적 기업이나 외식업을 운영하는 사모펀드도 정부의 감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부는 라면·빵 등 가공식품과 외식메뉴 가격을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물가 관리 전담부서를 지정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 7일 정부 부처의 국·실장급 간부가 특정 품목의 물가를 전담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 대학원 교수는 “판매수수료 장사를 하는 유통업체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인 시선으로 보면 식품회사의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마치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dsun@heraldcorp.com
hop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