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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유엔사회원국 회의 종료, ‘유엔사 유명무실한 기구’지적 여전
17개국 중 13개국이 대사 참석…“장관회의 아닌 대사회의” 빈축
장관회의 공동성명 영문본-국문본 단어 해석 차이 두고도 논란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처음 열린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14일 서울 용산국 국방부청사에서 17개국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국방부 제공]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국방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17개국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종료됐다.

국방부는 14일 “이번 회의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열린 최초의 회의”라며 성과를 과시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14일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와 관련해 국방부 기자단에 성과를 설명하면서, 공동성명 내용 중 “유엔사 회원국들은 유엔의 원칙에 반하여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선언하였다”는 문구를 강조했다.

이어 “1953년 전투병력 파병 16개국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에 또다시 유사상황 발생시 재참전하겠다는 결의를 했다”면서 “모든 회원국이 그런 약속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강조하는 유엔사가 유명무실한 기구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전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강경파들은 6‧25전쟁이 종전이 아니고 휴전이라는 이유로 유엔안보리결의 84호가 살아있다고 해석하는데 막상 유엔에서는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1953년도에 정전이 되면서 유엔안보리결의 84호의 효력이 정지된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사가 유엔에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는지 알 수도 없다”며 “유엔사무총장은 한국에 있는 유엔사가 자기 부하라고 생각할지 의문이다”고 반문했다.

유엔안보리 결의 84호는 1950년 7월 7일 북한의 침략전쟁에 맞서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군사령부를 설치하자는 결의안이다.

14일 열린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 모습.[국방부 제공]

공식문서인 영문본과 이를 해석한 국문본의 차이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공동성명 내용 중 “유엔사 회원국들은 유엔의 원칙에 반하여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선언하였다”는 문구의 영문본은 “The UNC Member States declared that they will be ‘united upon’ any renewal of hostilities or armed attack on the Korean Peninsula challenging the principles of the United Nations and the security of the Republic of Korea.”라고 표현했다.

국문본 ‘공동 대응’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은 ‘united upon’이다. 즉 ‘연합하다’나 ‘단결하다’ 정도의 해석이 가능한 표현인 것이다.

우리말 ‘대응’은 ‘어떤 일이나 사태에 맞춰 태도나 행동을 취함’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연합할 것을 선언’한 것과 ‘공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선언’한 것에는 행동의 구체성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제사회가 공식문서에 쓰는 ‘공동 대응’의 더 적확한 영어식 표현은 ‘jointly respond’다.

이 표현은 13일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도 사용된 바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유엔사는 일반적인 국제회의체와는 다르다. 군사적 결의를 하고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6‧25전쟁 이후 북한의 격퇴를 위해 전투력과 의료물자들을 지원했던 국가 대표들이 모였고 이후 1953년 재참전을 약속했었다”며 “이번 회의에 참가한 국가들은 무력공격 등의 일이 있으면 참여하겠다는 약속도 유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라별로 부대를 보낼 때 각 나라의 법적인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같이 대응하겠다는 정치적인 약속을 한 것”이라며 “유엔사에 참모를 더 보내달라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지원할 수 있는 만큼 이번 회의가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성명 국문본에 “회의에 참석한 국방장관 및 대표들은 현재의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과 유엔사회원국 사이의 연합연습과 훈련을 ‘활성화하여’ 상호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증대하기로 하였다”라는 대목은 영문본에 “In managing persistent security challenges, the defense ministers and representatives determined to continue increasing mutual exchange and cooperation between the ROK-U.S. Alliance and UNC Member States to inform our combined training and exercises”라고 표현했다.

‘활성화’에 해당하는 영어식 표현은 ‘inform’인데, 영한사전의 뜻인 ‘알리다’, ‘알아내다’. ‘영향을 미치다’등의 뜻으로는 ‘활성화하다’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연합연습에는 여러 단계나 내용이 있다”며 “정보를 공유하는 부분과 공유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공유하지 않았던 정보를 공유하거나 회원국이 훈련 참여를 희망하면 한국으로 전개해서 함께 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토록 과도할 정도로 친절한 국문본 해석이 자칫 또 다른 오해와 확대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단결하기로 선언한 것’은 마음과 뜻을 모아 응원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지만 ‘공동으로 대응할 것’은 당장 군과 장비, 물자를 보낼 것처럼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연합연습과 훈련을 알려 상호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증대하는 것’은 3~4단계의 과정을 거쳐 결국 활성화되는 것과는 뜻의 차이가 명확하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서는 “연초부터 준비했던 장관회의가 구색을 갖추지 못해서 의도적으로 성과를 부풀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안타까운 관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 회의는 한국을 제외한 17개국의 국방장관 참석을 목표로 했던 애초 행사 계획과는 달리 미 국방장관과 호주 방산장관, 필리핀 국방부 차관, 태국 총사령관을 제외하면 모두 각국의 대사들이 참석하면서 ‘장관회의’가 아니라 ‘대사회의’아니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재 유엔사 회원국은 6·25전쟁 때 전투병을 파병한 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공 등 14개국과 의료지원단을 보낸 노르웨이, 덴마크, 이탈리아 등 3개국이다.

17개국 대표자가 참석한 이번 장관회의에는 미국과 호주의 장관, 필리판 차관과 태국 총사령관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대사들이 참석했다. [국방부 제공]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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