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홍콩의 한 주택가 앞을 지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홍콩에서 해외발 빈대 출현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살충제 판매와 해충 방제 업체 예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좁은 땅에 인구 밀도가 높고 고온다습한 홍콩이 빈대 서식에 최적의 환경으로서 원래부터 빈대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영국과 파리에 이어 한국 등에서 빈대가 출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홍콩에서도 최근 빈대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소셜미디어에 홍콩 공항철도 좌석에 빈대가 있는 사진이 돌면서 공포를 부채질했다.

덕분에 살충제 판매과 관련 방제업체를 찾는 수요는 급증세다. 홍콩 전자상거래 플랫폼 숍라인은 광군제 쇼핑 축제를 맞아 지난 11∼12일 해충 방제와 빈대 살충제 판매가 172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한 판매상은 빈대 방지 여행용 키트의 인기로 하루 동안 200만홍콩달러(약 3억4000만원)어치를 팔기도 했다.

숍라인 측은 SCMP에 “이는 널리 퍼진 빈대 문제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상당한 수준의 우려와 빈대가 들끓는 것을 예방하려는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홍콩의 한 해충 방제 업체 대표는 “우리는 보통 한달에 약 400건의 방제 요청을 처리하는데 지난 사흘간 한달치 일을 처리했다”며 “현재 작업량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콩은 빈대에게 디즈니랜드 같은 곳”이라며 “너무나 밀집돼 있어 빈대가 알을 슬 장소가 많고 사람을 통해 옮겨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홍콩 아이비해충방제의 헨리 청 컨설턴트도 “우리는 한달에 보통 8∼10건의 방제 출장 요청을 받는데 이번 달에는 이미 20건이 넘어섰다”고 말했다.

과거 홍콩 정부 해충방제 자문단을 이끌었던 위안밍츠는 빈대 문제는 홍콩에서 수십년간 이어진 것으로, 최근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빈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추슈와이 홍콩중문대 교수도 홍콩 공영방송 RTHK에 출연해 홍콩에는 이미 빈대가 흔하다며 “2021년 우리가 설문조사를 했을 때 응답자의 6분의 1이 집에서 빈대를 발견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많은 이들이 집에 빈대가 있다는 걸 모른다”고 지적하며 개인위생을 청결히 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