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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양 옆에서 배추 뽑아 김장”...우유회사가 펼친 먹거리 천국
매일유업 상하농원 ‘겨울김장’체험
전북 고창 6만평 농촌형 테마파크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에서 진행되는 김장 체험에 참가한 기자가 텃밭에서 갓 수확한 배추를 들고 있다. 김희량 기자

10여명이 모여 텃밭의 소리에 귀를 모은다. 농부가 갓을 베고 커다란 배춧잎을 사악사악 잘라내는 소리를 들은 이들의 표정에서 생경함이 느껴졌다. 10일 기자가 찾은 곳은 전북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의 상하농원. 텃밭의 수확물을 들고 교실로 이동하면 직접 재료를 자르고 버무려 배추의 속을 채우는 시간이 이어진다.

12월 10일까지 진행되는 김장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한 팀이 약 세 포기의 김치(5㎏)를 직접 담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기자도 배추에 직접 양념을 발라 보며 속을 채우고 색을 입혔다. 직접 뽑아 싹둑 자른 무 조각과 버무리던 김치를 바로 먹었을 때 느껴지는 아삭함은 사 먹었던 김치가 준 익숙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농림축산식품부·고창군과 공동투자해 고창군에 만든 6만평 규모의 농어촌 테마공원이다. 아트디렉터인 김범 작가와 유명 건축가가 참여해 10년 넘는 준비 기간을 거친 이 공간은 2016년 첫 개장 후 숙박시설인 파머스빌리지 호텔을 비롯해 수영장, 스파 등을 추가하며 사람이 찾아와야 할 이유를 더하고 있다.

실제로 개장 이후 200만명이 다녀갔고 연간 25만명, 월평균 2만명이 찾아온다. 서울에서는 약 300㎞, 4시간을 운전해야 도착하는 곳임에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유명인은 물론 연인·친구 단위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쌀이 슈퍼마켓에서 나온다는 아이들에게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상하농원에서는 젖소목장·동물농장·양떼목장을 비롯해 소시지, 빵, 잼 등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볼 수 있는 각종 체험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상하농원은 광주 등 인근 지역부터 전국 학부모가 찾는 ‘아이들의 천국’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김장을 끝내고 몇 분을 걷다 보면 소나무 숲 옆에 있는 장독대와 빵·잼·햄이 마련된 공방을 만날 수 있었다. 농원의 하이라이트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농장과 목장이다. 강선달 저수지 맞은편에 마련된 목장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풀을 먹거나 이동하는 양떼와 당나귀를 만날 수 있다. 실내 동물 농장에는 아기 돼지와 산양·토끼·닭이 모여 있다. 낮에 동물을 봤다면 저녁에는 쏟아지는 별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라는 지명 ‘상하’라는 이름처럼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농원은 조성돼 있다. 상하농원은 자연을 만나는 방법에 더욱 신경을 썼다.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수돗물 사용과 하수 발생량을 줄이고 태양광 시스템을 사용해 전기를 만들고 온수와 난방을 공급한다.

숙소인 파머스빌리지에는 나무로 만든 책상·수납장이 있고 폐컨테이너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표고버섯이 밥상에 올라온다. 상하농원에서 운영하는 파머스마켓에는 특산물 등 고창군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직접 재배된 먹거리를 판다. 스파에서 쓰는 바디워시와 샴푸에도 지역에서 재배된 원재료가 들어간다.

매일유업이 370억원 가까이 투입해 이 공간을 조성한 이유는 농업과 제조업, 서비스업을 합친 6차 산업형 신사업이자 창업주인 고(故) 김복용 회장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남인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은 ‘농민과 기업, 지역의 상생’을 강조한 부친의 뜻에 따라 한국에 없던 농촌형 테마파크에 도전했다. ESG경영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지역·자연과 공존을 대비한 사업을 준비해 온 셈이다.

매일유업은 유업체가 ‘먹거리’를 중심으로 새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매일유업은 상하농원을 통해 숙박시설, 수영장, 웨딩, 웨스트오션CC·고창CC 등과 제휴한 골프패키지 등을 운영하면서 기존 제조업과는 다른 사업 영역에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고창=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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