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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 법안은 거북이, 규제는 졸속 추진”…학계 전문가들 “국회 입법, 기업 활동에 도움 안된다”
경총, 학계 전문가 200명 설문조사
가장 시급한 규제는 ‘노동 및 고용 규제’
중대재해법과 상속세 세제규제 등도 지적
경총이 4년제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행정, 경제, 경영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경총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노란봉투법은) 기존 노사관계의 기본틀을 송두리째 바꿔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수출·투자를 확대하려는 기업의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난 12일 제 3차 수출현장방문단 간담회)

국내 학계 전문가 10명 가운데 6명은 국회의 입법활동이 기업의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이후에 나온 조사 결과라 한층 주목을 받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4일 전문가 200명(경제·경영·행정학과 교수)을 대상으로 ‘규제혁신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4.5%는 ‘최근 국회 입법 활동이 기업 규제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18.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5%에 각각 그쳤다.

응답자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아 개선이 시급한 규제’(복수 응답)에 대한 질문에 먼저 ‘근로시간 등 노동 및 고용 규제(45.5%)’를 선택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안전 규제(29.0%)’, ‘상속세 등 세제 규제(28.5%)’를 꼽았다.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규제혁신 법안들의 국회입법 통과가 지연되고, 경영계가 반대해 온 노동 관련 법안들이 졸속 추진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사는 지난 9일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의 강행으로 통과된 상황에서 의미를 더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개념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경영계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막고, 산업현장에서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자동차, 건설, 조선, 철강, 섬유, 석유 등 40여 개 주요 산별단체가 경총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앞서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모호한 규정에 따른 현장 혼선을 낳고, 과도한 처벌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기업 경영자가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기업 계열사 총수일가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일도 발생하면서다.

내년부터 중대재해법이 50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전국 약 68만개)으로 확장될 예정이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영계는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연장하고, 경영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중대재해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총이 4년제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행정, 경제, 경영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경총 제공]

최근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 추진과 관련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45.5%,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54.5%로 나타났다.

긍정적 평가 이유(복수응답)로는 ‘시장경제 활성화라는 규제혁신 목표 설정’, ‘규제혁신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라는 응답이 많았고, 부정적 평가 이유로는 ‘중장기 계획과 세부 내용의 구체성 부족’, ‘산발적 추진으로 부처 간 유기적 연계 미흡’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또 경쟁국과 우리나라의 기업규제 수준을 비교한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49.5%가 우리나라 기업규제 수준이 ‘경쟁국(미국·중국·일본)보다 높다’고 답했다. ‘경쟁국과 유사하다’는 응답은 38.5%, ‘경쟁국보다 낮다’는 응답은 12.0%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일선 기업 현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규제혁신’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혁신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과제로는 응답자의 58.0%가 ‘의원입법안에 대한 규제영향분석제 도입’을 꼽았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46.5%가 찬성했던 것보다 수가 늘었다.

‘규제영향분석’은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하기에 앞서서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분석하는 제도로,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 21대 국회에서 의원입법 발의 건수가 2만2637건(지난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중 처리된 법안은 그보다 한참 못 미치는 6020건에 불과하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절반에 가까운 전문가들이 지적할 정도로 우리나라 기업규제 수준은 주요 경쟁국에 비해 높아 투자 가치를 낮추고 있다”면서 “1%대 저성장의 늪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혁신해 기업이 손쉽고 빠르게 투자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24%) 적용 기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여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법인세 조세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로 이미 최하위권”이라며 “재정 포퓰리즘이 기업 경쟁력을 제물로 삼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그 다음 국가 경제가 다다를 지점은 날개없는 추락”이라고 주장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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