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식당가도 침체된 분위기
“예약문의 줄었네…” 속타는 사장님들
서울 시내 한 음식점(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김빛나 기자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돈이 없으니까 굳이 내 돈 써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올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요. 연말모임은 건너뛰고 ‘방콕(집에 틀어박힌다는 속어)’하려고요.”
프리랜서 작가 이모(36) 씨는 최근 대학동문회, 지인모임 등 각종 송년회 약속 3개를 거절했다. 얼마 전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번 돈을 계산했다가 지난해보다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적게 벌기도 했는데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며 “연말이지만 돈을 아끼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폐막행사에서 북트리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 |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지갑이 얇아지자 연말·연시 모임을 축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예년보다 모임 규모를 줄이거나 점심 회식으로 송년회를 간소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임이 줄면서 12월을 앞두고 ‘연말 특수’를 노리던 대형 음식점 사장님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직장인 정모(31) 씨가 다녔던 대학원은 올해 송년회 규모가 갑작스레 줄었다. 정씨가 수료한 대학원은 해마다 서울 시내 호텔을 빌려 재학생·졸업생 연말모임을 하는데 올해는 정원 250명을 채우지 못했다. 정씨는 “작년까지는 서로 오겠다고 해서 대기인원도 있었는데 이번엔 정원 80%를 가까스로 넘겼다”며 “참가비가 부담스럽다며, 학생회에서 지원이 가능하냐는 문의도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식당에서도 침체된 연말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14일 직장인이 많은 서울 여의도 일대 20인 이상 송년회 모임이 가능한 식당을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11~12월 회식 문의가 예년보다 감소했다.
국회의사당 인근의 A 중식집 사장은 “이맘때쯤이면 대규모 인원 혹은 회사 이름으로 12월 예약 문의가 와야 하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연락이 없다”며 “나라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 것 같다. 12월이라도 갑작스럽게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횟집은 문의가 뚝 끊겼다. 여의도 증권가 빌딩에 있는 B 횟집 점장은 “9월 추석 때까지는 예약이 그나마 많았는데 10월에는 텅 비었고, 11월에 단체예약이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적다”며 “예년 같았으면 11월부터 단체손님 때문에 시끄럽고 홀까지 단체손님이 있었는데 불경기이긴 한가 보다”고 말했다. C한식당 점장은 “12월 말인 23일부터 31일까지 예약이 널널하다”며 “요즘은 손님들이 비싼 술도 안 마신다더라”고 말했다.
외식 가격 인상도 12월 연말특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기준 식당 및 주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맥주 가격은 각각 4.7%, 4.5% 올랐다. 외식 삼겹살·돼지갈비는 2.8%·4.3% 뛰었다. 여기에 서민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4.6% 상승하면서 당분간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도 올랐고 경기가 안 좋아진 상황이라 기업에서 연말에 하는 대규모 회식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여기에 사적 모임을 선호하는 성향까지 강해지면서 연말 효과를 보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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