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6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이 있는 인천 논현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마약 투약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언론에 권 씨의 제모 사실까지 흘려 권 씨 측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팩트 그대로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권 씨의 제모 관련 보도에 대해 경찰은 “팩트 그대로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치 경찰이 의도를 갖고 했던 것처럼 (지드래곤 측에서) 오해한 것 같다”며 “팩트 자체가 서로 다른 게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씨는 지난 6일 경찰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 의뢰하기 위해 권 씨의 체모를 채취하려 보니 머리카락을 제외한 몸 대부분이 제모된 상태였다'는 보도가 나흘 뒤인 10일 나왔다. 증거 인멸을 위해 제모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붙었다.

이에 대해 권 씨의 변호인은 지난 10일 “경찰 측에서 마치 권지용이 증거를 인멸할 의도로 제모를 한 것처럼 보도됐다”며 “권지용은 경찰에서 조사받으면서 ‘원래 평소에도 제모를 했었다’며 밝힌 바 있고, 입건 보도된 이후로 제모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증거 인멸의 의사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지만, 경찰 측이 혐의를 속단하면서 마치 권지용이 범행을 감추기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듯한 표현을 사용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특히 경찰이 권 씨에 대해 제대로된 증거도 없이 진술 하나에만 기대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제모' 사실이 퍼지면서, 경찰이 '망신주기' 혹은 '국면전환'를 위해 의도적으로 그같은 정보를 유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이번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배우 이선균에게 마약 투약 장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 유흥업소의 실장(29·여) A 씨의 진술 때문으로 알려졌다. A 씨가 경찰에서 "지난해 12월 초 지드래곤이 업소 화장실을 다녀온 뒤, 이 화장실에서 수상한 포장지가 발견됐다. 그 직후 지드래곤의 행동도 이상했다"고 말한 것이 수사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지드래곤이 "마약을 한 적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경찰 역시 A 씨의 진술 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유명인의 경우 마약 혐의만으로도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혐의가 외부로 새어나간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제모 사실까지 알려지면 권 씨가 최종 무혐의로 판명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 역시 이날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 (혐의가 외부로)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