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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레만호에 피다’ 제네바의 매력..행주대첩 닮은 에스깔라드[함영훈의 멋·맛·쉼]
‘레만호(제네바湖)에 지다’ 이젠 “No”
西스위스 최고축제 17세기 시간여행
‘제네바호수’ 한국과 인연도 흥미진진
치즈·초콜릿 열차…재즈·열기구 축제
스위스 서쪽 끝 제네바호수(레만호)의 해질녘 풍경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스위스 서쪽 제네바는 한국의 5070세대에겐 ‘레만호에 지다’라는 노래와 영화, 수많은 국제정치 협상 장소로 익숙하다.

제네바호수변 몽트뢰마을에 서 있는 프레디머큐리의 동상

2040세대에게 제네바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머큐리 동상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서 머큐리 식 ‘에오~’ 복창(復唱)을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이 따라했던 풍경도 오버랩 된다.

이처럼 제네바는 여러 이유로 유명세를 탄 곳이긴 하지만, 정작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프랑스 리용-이탈리아 밀라노-독일 슈트트가르트 사이 서유럽 한복판에 있는 국제정치 회의 명소, 헤밍웨이와 머큐리의 제2고향, 제네바호수(불어식 레만호) 주변에 펼쳐지는 강과 산악의 청정 하모니라는 매력 외에 제네바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품은 시간 여행과 축제의 명소다.

제네바호수 와이너리와 유람선

이곳에선 내달 8~10일 스위스 서부지역 최대 축제 ‘에스깔라드(Escalade)’가 열린다. 원래 뜻은 성곽 같은 곳을 기어오른다는 의미이지만, 이 축제에는 우리나라 행주대첩 같은 제네바 시민들의 ‘승리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축제 에스깔라드 통해 17세기로 회귀

제네바는 프랑스가 늘 호시탐탐 노리던 요충지였다. 1602년 12월 11~12일 사이 칠흑 같은 밤, 프랑스 남동부를 지배하던 사보이(Savoy) 군대가 제네바를 침공한다.

침략군은 제네바 성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고, 병사와 주민들은 온 힘을 다해 방어했다. 이날 밤 펼쳐진 전투의 하이라이트는 로욤(Royaume) 부인의 영웅담이다.

에스깔라드 축제는 여성과 남성 모두가 주인공이다.

아낙네들은 성곽을 기어오르는 프랑스 사보이 침략군의 머리 위로 부글부글 끓는 수프를 연이어 쏟아 부었고, 결국 제네바를 지켜내는 1등공신이 되었다.

그 후로 제네바 사람들은 이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축제를 벌인다. 창으로 무장한 전통 복장의 ‘1602부대’는 말을 타고 론느강변과 성곽, 마을을 돌고, 전통복색을 한 21세기 로욤부인들은 수프 단지 같이 생긴 상징물을 들고 행렬에 동참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17세기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연출된다.

생피에르 대성당 앞 승리의 합창

생피에르 대성당에 도착하면 기병 대장이 승리를 공표하고, 아낙네 군단과 주민들은 애국심 가득한 승리의 찬가를 합창한다.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은 가게를 돌아다니며 군것질 거리를 얻어내느라 분주하다.

비밀스런 몬띠에(Monetier) 통로는 ‘에스깔라드’ 축제 기간 중에만 일반에 개방된다. 대성당 지하 옛 요새의 성벽으로 이어지는 이 통로는 400년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다. 컴컴한 통로를 통과하면, 기다리던 주민들은 따뜻한 ‘뱅쇼(Vin Chaud)’를 한 잔 건넨다. 추위를 잊게하는 묘약이다.

또 다른 비밀은 빌 호텔(Hôtel de Ville) 건너편 옛 무기고의 따끈따끈한 수프이다. 로욤 부인 아낙네 군단이 침략군에게 쏟아부었던 바로 그 뜨거운 수프를 여행자들이 맛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축제기간 중 가정에서는 아몬드 페이스트가 채워진 냄비 모양 초콜릿 ‘마찌판(marzipan)’을 먹는다.

로욤부인 아낙네 군단이 적군을 퇴치했던 무기, 뜨거운 수프를 담았던 항아리
러브스토리가 절로…예술가들이 영감을 얻는 '그곳'

에스깔라드 축제의 중심 구역인 론느강 하류는 제네바호수와 바로 연결돼 있다. 축제장은 초승달 처럼 생긴 레만호의 서쪽 끝이다.

퀸의 프레디머큐리가 지팡이를 짚고 “에오~” 소리지르는 듯한 모습의 동상은 제네바호수 동쪽 끝 몽트뢰(Montreux) 마을에 우뚝 서, 이곳이 예술가들의 고향임을 시위한다. 헤밍웨이, 스트라빈스키, 바이런, 루소가 제네바호변에서 집필과 예술의 영감을 얻고 힐링했다.

한국에선 1966년 ‘레만호에 지다’라는 노래가 히트를 치더니, 1979년엔 남남북녀 한국인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같은 이름의 KBS 드라마까지 나왔다.

글레시어3000산

제네바호수(레만호)를 배경으로 찍은 이 드라마가 너무 애절했던 지 그로부터 40년 뒤, 이곳의 동쪽 150㎞ 지점, 브리엔츠 호수 변에서 촬영한 남녀북남 러브라인 ‘사랑의 불시착’은 해피엔딩이 된다.

민관합동 관광 브랜드 ‘스위스 제네바 호수지역 하이라이트’는 최근 한국사무소를 개설하고, 론느강부터 시작해 동쪽 칠리온캐슬 일대에 이르는 제네바 호수 여행지를 알리고 있다.

재즈축제·시옹성·골드패스 열차…숨겨진 보석 많아

스위스 제네바 호수 지역은 스위스 서남부 보(Vaud)주에 속해 있으며, 몽트뢰의 ‘시옹성’,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 브록의 ‘까이에 초콜릿공장’, 해발 3000m급 알프스 빙하산, ‘글레시어3000’ 산, 제네바 호수 유람선 CGN, 몽트뢰-인터라켄을 잇는 ‘골든패스라인 열차’ 등이 하이라이트로 빛난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나 ‘시옹성’, ‘골든패스 파노라마 열차’ 등은 이제야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질녘 몽트뢰마을

또 제네바호수를 사랑한 유명 문화예술가·셀럽의 다양한 흔적들, 세계적인 건축가 르 꼴뷔지에의 유네스코 유산 건축물, 시즌마다 운행하는 골든패스의 초콜릿·치즈 열차, 크리스마스 마켓의 하늘을 나는 산타 할아버지와 산타의 오피스, 세계적인 열기구축제 등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여행지들과 체험이 많다.

이와 관련 ‘제네바 호수지역 하이라이트’ 한국사무소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제네바 호수 지역 콘텐츠과 여행팁을 담은 ‘월간레만’을 론칭했다. ‘월간레만’에 기반한 시즌별 한국인 맞춤형 여행 일정을 소개하고, 이를 상품화 시키기 위해 세일즈 마케팅 활동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치즈·초콜릿 열차 타고 미식 여행도

제네바 호수 동쪽 끝,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이 있는 몽트뢰에는 테마 기차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를 갖고 있으면, 큰 폭의 할인을 받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치즈 트레인은 몽트뢰-베르너 오버란트 철도의 특별 관광열차로, 몽트뢰-샤또 데(Château d’Oex) 구간 편도 32㎞를 느리게 운행한다.

불어로 ‘트레인 뒤 포마쥬(Train du Fromage)’로 불리는 이 기차를 타면, 우유가 ‘르 샬레비오 치즈’로 변하는 과정을 보는 낙농공장 견학, 떠먹는 치즈 유기농 퐁뒤를 시식하는 ‘르 샬레 레스토랑’ 체험, ‘뻬이-덩오 박물관’에서의 스위스 전통 종이공예 컬렉션 체험을 하게 된다. 치즈 트레인 탑승객에겐 모듬치즈 페어링과 와인도 내어준다. 치즈 기차는 1~10월 매주 수·토·일요일에 운행한다.

스위스 와인과 치즈 페어링

몽트뢰를 떠나 몽보봉-그뤼에르-브록을 거쳐 귀환하는 110년전 객차 ‘초콜릿 열차’ 여행도 있다. 다만 5~9월에 운행돼 따뜻한 시기에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치즈 트레인 대신 이 열차를 타면 되겠다.

해피엔딩의 남녀북남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 서쪽, 1954년 한반도 통일을 모색했던 제네바 회담, 오늘날 6자회담의 기반이 된 1994년 제네바 합의 등 국제 평화회의 명소의 근엄함으로만 비춰지던 스위스 제네바가 이제, 그 낭만적인 속살을 한국민에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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