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에너지정책의 정치화'에 옷 벗는 공무원 …"정권 바뀌면 수사, 더 이상 명예롭지 않다”[공무원 그만둡니다]
에너지정책, 정권마다 정치 이슈화…산업부, 최근 2년간 과장·서기관 10명이상 떠나
낮아진 공무원 위상에 인사적체 심화…세종-서울간 물리적 거리 등도 이직 원인
본격적인 2024년 정부 예산안 심사가 열리는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예산안 관련 자료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실물경제의 최전선에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 공무원들이 속속 민간기업으로 이직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대기업으로 이직한 산업부 과장·서기관급 공무원 수만 10명을 넘는다.

산업부 공무원의 민간기업행이 다른 부처에 비해 유독 두드러진 이유로는 에너지정책의 정치화로 정권이 바뀌면 관련 담당자들이 대대적인 조사를 받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하고 징계받느니 차라리 돈을 많이 주는 민간으로 가겠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가의 분위기다. 더 이상 공직사회가 박봉을 받으면서 명예나 사명감으로 버틸 곳이 아니다는 의미다.

19일 관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 4급인 전동욱 과장이 이달 LG에너지솔루션 상무로 재취업이 결정됐다. 또 최근 사표를 낸 임미정 전 서기관은 내달 삼성전자 부장급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최근 2년간 산업부를 떠나 대기업으로 이직 또는 조만간 취업을 앞둔 과장·서기관급 공무원은 모두 11명이다.

에너지와 연관성이 있는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가 많았다. 산업부 혁신행정담당관을 지낸 송용식 과장은 한화에너지 전무로, 배성준 전 신남방통상과장은 SK에코플랜트 상무로 영입됐다. 권혁우 전 석유산업과장은 삼성전자로, 박훈 전 에너지기술과장은 SK하이닉스로 이직했다. 이들 공무원들의 공통점은 산업부에서 소위 ‘에이스’로 불렸다는 점이다. 업무처리 능력이나 조직관리 측면에서 인정받던 실력자들이 공직을 내던진 셈이다.

다른 부처도 과장급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선욱 전 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장은 메리츠화재 전무로 직함을 바꿨다. 오종훈 전 환경부 생활폐기물과장과 조석훈 전 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은 현재 SK에코플랜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고용노동부 출신에 대한 기업 수요도 늘고 있다. 중대재해법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전문성 있는 공무원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직사회 허리인 과장·서기관급의 이탈이 이어지는 이유를 세종 이전후 간부들의 잦은 출장에 따른 조직의 결손력 와해와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일방적인 업무 지시와 인사 적체, 고위직에 오를수록 어려워지는 민간 이직 등에 불만이 쌓인 결과라고 분석한다.

다만 산업부 공무원의 이탈 행렬에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 관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월성원전 수사 이후 ‘탈산업부’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담당했던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일 열심히 하면 수사 받는다”면서 “성과(成果)없이 공직을 보내야한다”라는 말이 돌 정도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월성1호기 조기 폐쇄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당시 국장과 과장,서기관 3명 모두 공직을 떠났다. 1년넘게 감사원이 현 정부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의 상징적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해 감사하면서 해당 공무원들에게 압박과 모욕, 비아냥거림을 줬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도 현 정부 출범이후 줄곧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세종청사부처 한 과장은 “정권 핵심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사받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분위기속에 더 이상 명예나 사명감은 없다”면서 “대부분 민간에서 이직 오퍼만 오길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osky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