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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부품은 다국적·완성은 프랑스…‘터보프롭기’로 한국 진출 노리는 ATR [영상]
엔진은 미국・시트는 이탈리아…각국 부품 한곳에
주문부터 인도까지 1년반…에어버스와 공간 공유
연간 40대 생산…짧은 이・착륙 지원 신기종 시험도
프랑스 툴루즈 ATR 항공기 조립공장 전경. 연간 40대의 터보프롭 항공기가 생산되고 있다. 툴루즈=정찬수 기자

[헤럴드경제(툴루즈)=정찬수 기자] “연간 40대의 터보프롭 항공기를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 평균 인도 대수인 70~80대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막심 티스네 ATR 항공기 인도센터 센터장)

프랑스 남부 툴루즈 공항에서 10여 분을 달리면 에어버스 본사 건너편에 터보프롭 항공기 제작사인 ATR의 최종 조립공장이 나온다. 이곳은 에어버스와 조립공정을 공유하는 초대형 기지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방문한 현장에서는 세계적인 특송회사 페덱스의 화물기와 인도 인디고항공 등 세계 각지에서 주문된 항공기 20여 대의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ATR은 항공기 제작사인 프랑스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방산기업 레오나르도가 합작해 설립한 터보프롭(turboprop) 항공기 전문 제작사다. 1981년 설립 이후 1800대의 터보프롭 항공기를 제작했으며, 현재까지 1600대를 인도했다. 프로펠러로 추력을 얻는 터보프롭 항공기는 일반 제트기보다 비행거리는 짧지만, 높은 효율과 적은 비용으로 단거리 비행에 특화된 것이 특징이다.

ATR은 지난 1936년부터 터보프롭 항공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조립공장의 역사도 오래됐다. 80년대에는 다른 경쟁사보다 먼저 복합소재가 들어간 기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에는 주력 기종인 72-600F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현재 항공기를 주문하고, 완제품을 인도받기까지는 1년 3~4개월 정도가 걸린다.

조립공장에서 처음 눈에 띈 것은 25m 길이의 거대한 항공기 동체였다. 라인A에서 일주일 동안 날개, 꼬리, 엔진 등 전반적인 항공기 모양을 갖춰 라인B로 옮기면 내부 좌석과 화물칸을 배치해 도색 작업에 들어간다. 각 부품의 나사가 조여지고, 비행 테스트까지 모든 과정을 거치면 인도센터에서 세계 각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툴루즈 ATR 조립공장 엔진샵. 미국의 프렛앤휘트니에서 부품을 받아 최종 조립은 여기서 이뤄진다. 툴루즈=정찬수 기자
프랑스 툴루즈 ATR 조립공장 내부 모습. 툴루즈=정찬수 기자

티스네 센터장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제작된 동체는 로마와 바르셀로나를 거쳐 조립공장에 도착한다”며 “엔진은 미국의 프렛앤휘트니(Pratt&Whitney) 캐나다 법인, 랜딩기어는 프랑스 사프란(Safran Landing Systems), 시트는 이탈리아 업체인 지벤(Geven)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직전의 항공기 내부를 체험할 기회도 주어졌다. 해당 항공기는 아프리카 리즈 에비에이션에 인도될 예정인 ‘ATR72-600’였다. 고객 주문에 따라 총 80석의 내부 좌석과 화물칸으로 구성됐다. 실내에 들어서니 캐빈의 높이는 1.91m로 대형기보다는 좁았지만, 단거리 비행에는 적합해 보였다. 생각보다 탄성이 있는 경량 시트와 충분히 확보된 무릎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ATR이 생산하는 항공기는 4종이다.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을 할 수 있는 ATR 42-600S를 비롯해 ATR 42-600(50인승), ATR 72-600(78인승), ATR 72-600F(화물기) 등이다. 이날 조립공장 한편에서는 엔지니어들이 꼬리 날개에 연결된 방향타를 키워 이・착륙 거리를 더 줄인 ATR 42-600S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 기체는 2025년까지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출고될 예정이다.

현재 툴루즈 ATR 조립공장에 근무하는 직원은 총 500명이다. 공정마다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들이 동선을 최소화해 기체를 조립하고 있다. 엔진 역시 동체와 마찬가지로 부품만 배달돼 조립공장 내 엔진샵에서 만든다. 마지막 비행 테스트 직전, 모든 문과 창문을 닫아 공기가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가압 테스트장도 있다. 새로운 기종으로 도입될 일부 프로토타입에는 ‘네오(Neo)’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에리카 소메르살로 ATR 항공 마케팅 부문장이 에어프롭 항공기 내부에 탑재된 시트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555㎞ 범위의 지점을 연결하는 전략으로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툴루즈=정찬수 기자
마지막 비행 테스트를 앞둔 비행기 조종석 내부. 디스플레이를 늘려 조종 편의성을 늘린 콕핏이 눈에 띈다. 툴루즈=정찬수 기자

ATR은 한국에서 섬과 내륙을 잇는 18개 노선을 비롯해 동-서를 잇는 5개 노선, 일본·중국을 연결하는 11개 노선 등 총 34개의 잠재적 루트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리카 소메르살로 ATR 항공 마케팅 부문장은 “포화시장이 아닌 새로운 항로와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한국의 비행 규정과 활주로 길이, 여기에 최악의 기상상황을 대입하더라도 ATR 터보프롭기보다 나은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립공장에서 본 프로펠러의 위용에서는 친환경을 지향하는 ATR의 전략이 엿보였다. 실제 터보프롭 항공기는 제트기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트기보다 절반(45%)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지속가능항공유(SAF)를 50%까지 활용할 수 있으며, 2025년까지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메르살로 부문장은 “섬 주민의 편의를 비롯해 관광객・화물 이송, 의료 지원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ATR 항공기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착륙 소음이 90인승 제트기보다 3배 이상 적어, 도심과 인접한 지역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쿠체트 ATR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은 “더 저렴한 비행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환경에 해가 되지 않도록 탈탄소 행보에 동참하는 솔루션을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도 ATR이 혁신 기술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쿠체트 ATR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이 터보프롭 항공기의 지속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혁신 기술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툴루즈=정찬수 기자
ATR 항공기 인도센터 모습. 세계 각지에서 날아오를 항공기들이 인수자를 기다리고 있다. 툴루즈=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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