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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 극단선택 교사 “업무 과다”…섬마을 교사 비극 막을 방법은
복식학급 주 29시간 수업
학교폭력, 방과후활동, 나이스 업무까지 떠맡아
지난 8월 사망한 전라북도 군산 초등교사 A씨의 학교 앞에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 8월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업무 과다’가 꼽히는 가운데, 소규모 학교 교사의 행정 업무 부담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폭력, 방과후활동, 나이스…온갖 기피 업무 담당

12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의 순직 신청서를 공식 접수하고 순직 승인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사실 조사 등을 진행한 뒤 인사혁신처에 관련 문서를 접수하면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심의회가 심의해 순직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앞서 군산경찰해양경찰서는 A씨 사망 사건이 범죄 등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 입건 전 조사 종결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업무상 과로, 학교 관리자와 업무 성향 차이, 개인 신변 변동 등으로 혼합형 불안 및 우울 장애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해양경찰서 관계자는 “고인 처리 업무량이 교내 다른 교사 대비 많았고 심리 상담 센터 등 내역들을 종합한 결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기준 A씨가 작성한 공문은 총 164건으로, 교내 다른 2명의 교사(각각 83건, 126건) 대비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2021년, 2022년 다른 교사와 비교해도 가장 많은 양이다. A씨는 4학년·6학년이 1개의 반에서 지내는 복식학급 교사로서 주당 29시간의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외에도 ▷정보 ▷체험학습 ▷생활 ▷방과 후 등 업무를 맡았다. 학교 폭력, 자살 예방, 현장체험학습,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 운영 등 교사 기피 업무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상반기 ‘먹통’ 논란을 빚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와 노란버스 사태로 인한 현창체험학습 장소 변경도 A씨가 맡았다.

A씨 유가족측은 향후 이어질 순직 관련 절차에서 도서·벽지 및 소규모 학교에서 발생하는 업무 과다로 인한 죽음이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A씨의 학교는 전북의 한 섬에 위치한 학교로, 전교생이 10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다.

A씨 유가족 법률 대리를 맡은 고봉찬 변호사는 “학생수가 적은 도서·벽지 지역 학교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중첩된 사례”라며 “복식 수업, 교무·학사 업무 과다와 행정 업무 부담, 폐쇄적 교사 사회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혔다. 공무원연금공단과 인사혁신처에 교육 업무 특수성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 유가족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순직 신청을 준비하며 과다한 업무량, 업무로 인한 상급자와의 갈등 등을 증명할 자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교사 순직 인정률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입증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순직이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 고질적 문제…학교지원센터 역할 강화 목소리도

A씨 사건은 소규모 학교의 업무 과다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학교 폭력, 방과 후 활동 등 교원이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는 기본적으로 1개의 학교를 단위로 진행된다. 교사 수가 많은 대규모 학교의 경우 2~4명의 교사가 팀을 이루어 업무를 진행하고, 교감을 팀장으로 하는 교무행정지원팀이 구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는 A씨 사례처럼 1명의 교사가 여러 개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소규모 학교 교원의 업무 집중을 막기 위해 지역 교육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가 2021년 발간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소규모 학교 지원체제 구축 및 운영 방안’은 교육지원청 산하 학교지원 조직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학교지원센터, 학교통합지원센터 등 형태로 운영되는 곳으로 학교 폭력 등 단위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처리나 교원 채용, 교수학습 지원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보고서는 학교지원센터가 소규모 학교 업무를 전담·분담하거나 소규모 학교 3~4개를 묶어 소규모 학교 간 행정업무를 분담하되, 학교폭력 등 소규모 학교가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를 직접 처리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전북교사노조 관계자는 “5학급 이하 전담교사 1인 배치하고 교감이 없는 학교는 교장이 인사 업무를 하게 해야 한다. 교장, 교감, 교무실무사, 행정실장 각각의 업무를 규정한 직종별 업무 표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수 60명 미만 초등학교(분교 제외)는 1362개교로, 전체 6163개의 22.1%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548개교였던 60명 이하 초등학교는 20년 만에 2.5배로 증가했다. 특히 전라북도에만 203개 학교가 60명 미만으로, 소규모 학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경북(201개교), 전남(199개교)이 잇는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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