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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운영 상하농원 ‘겨울김장’ 체험기
전북 고창 소재 6만평 규모 농촌형 테마파크
체험농원에서 호텔·수영장·스파까지 확장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에서 진행되는 김장 체험에 참가한 기자가 텃밭에서 갓 수확한 배추를 들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고창)=김희량 기자] 왼쪽 어깨에 자기 머리보다 큰 배추를 짊어지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슈욱~’. 난생처음 무를 뽑아 본 한 사내아이는 이제 밥상 위 김치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변할 수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뽑고 옮긴 텃밭의 재료로 직접 김치를 담그게 될 테니 말이다.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의 텃밭에서 한 어린이 참가자가 무를 수확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10여명이 모여 텃밭의 소리에 귀를 모은다. 농부가 갓을 베고 커다란 배춧잎을 ‘사악사악’ 잘라내는 소리를 들은 이들의 표정에서 생경함이 느껴졌다. 10일 기자가 찾은 곳은 전북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의 상하농원. 텃밭의 수확물을 들고 교실로 이동하면 직접 재료를 자르고 버무려 배추의 속을 채우는 시간이 이어진다.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 김장 체험 프로그램에서 기자가 포기김치에 양념을 바르고 있다. 김희량 기자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에서 기자가 양념을 버무린 김치 모습. 김희량 기자

12월 10일까지 진행되는 김장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한 팀이 약 세 포기의 김치(5㎏)를 직접 담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기자도 배추에 직접 양념을 발라 보며 속을 채우고 색을 입혔다. 직접 뽑아 싹둑 자른 무 조각과 버무리던 김치를 바로 먹었을 때 느껴지는 아삭함은 사 먹었던 김치가 준 익숙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직접 잎을 만지고 버무려 보니 앞으로 김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의 텃밭 모습. 이국적인 건물과 함께 푸른 텃밭이 보인다. 김희량 기자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의 텃밭에서 수확한 무. 김희량 기자
매일유업, 전북 고창에 6만평 상하농원 만든 이유는?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농림축산식품부·고창군과 공동 투자해 고창군에 만든 6만평 규모의 농어촌 테마공원이다. 아트디렉터인 김범 작가와 유명 건축가가 참여해 10년 넘는 준비기간을 들인 이 공간은 2016년 첫 개장 후 숙박시설인 파머스빌리지호텔(2018년 7월)을 비롯해 수영장(2020년 6월), 스파(2020년 10월) 등을 추가하며 사람이 찾아와야 할 이유를 더하고 있다.

실제로 개장 이후 200만명이 다녀갔고 연간으로는 25만명, 월평균 2만명이 찾아온다. 서울에서는 약 300㎞, 4시간을 운전해야 도착하는 곳임에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유명인은 물론 연인·친구 단위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 김장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바로 수확한 재료들로 직접 김장…동물과 교감도

‘쌀이 슈퍼마켓에서 나온다는 아이들에게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상하농원에서는 젖소목장·동물농장·양떼목장을 비롯해 소시지, 빵, 잼 등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볼 수 있는 각종 체험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상하농원은 광주 등 인근 지역부터 전국 학부모가 찾는 ‘아이들의 천국’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에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김희량 기자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에서 만난 아기 염소(왼쪽)와 당나귀(오른쪽). 김희량 기자

김장을 끝내고 몇 분을 걷다 보면 소나무숲 옆에 있는 장독대와 빵·잼·햄이 마련된 공방을 만날 수 있었다. 농원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농장과 목장이다. 강선달 저수지 맞은편에 마련된 목장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풀을 먹거나 이동하는 양떼와 당나귀를 만날 수 있다. 실내 동물농장에는 아기돼지와 산양·토끼·닭이 모여 있다. 낮에 동물들을 봤다면, 저녁에는 쏟아지는 별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상하농원 지도. [상하농원 제공]
친환경·지역 친화 실천하는 공간…우유회사의 미래 먹거리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라는 지명 ‘상하’라는 이름처럼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농원은 조성돼 있다. 상하농원은 자연을 만나는 방법에 더욱 신경을 썼다.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수돗물 사용과 하수 발생량을 줄이고 태양광 시스템을 사용해 전기를 만들고 온수와 난방을 공급한다. 숙소인 파머스빌리지에는 나무로 만든 책상·수납장이 있고 폐컨테이너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표고버섯이 밥상에 올라온다. 상하농원에서 운영하는 파머스마켓에는 특산물 등 고창군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직접 재배된 먹거리를 판다. 스파에서 쓰는 보디워시와 샴푸에도 지역에서 재배된 원재료가 들어간다.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의 양떼 목장에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김희량 기자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의 스마트팜. 폐컨테이너를 활용해 내부에서 버섯을 기른다. 이 버섯은 상하농원 내 식당에서 식재료로 이용된다. 김희량 기자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의 비료 보관소.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카페 '폴바셋'의 커피박이 비료로 활용된다. 비료 보관소에서는 커피향이 난다. 김희량 기자

매일유업이 370억원 가까이 투입해 이 공간을 조성한 이유는 농업과 제조업, 서비스업을 합친 6차 산업형 신사업이자 창업주인 고(故) 김복용 회장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남인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은 ‘농민과 기업, 지역의 상생’을 강조한 부친의 뜻에 따라 한국에 없던 농촌형 테마파크에 도전했다. ESG경영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지역·자연과 공존을 대비한 사업을 준비해온 셈이다.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 내 숙박시설인 파머스빌리지 내부. 수납장과 책상 등이 원목 소재로 이뤄져 있다. 김희량 기자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의 숙박시설 파머스빌리지 외부 모습. 1층 연회장에서는 상하농원에서 생산된 재료로 구성된 조식이 제공된다. 김희량 기자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 내 숙박시설인 파머스빌리지 내부 연회장. 평소에는 이곳에서 조식이 제공된다. 김희량 기자

매일유업은 유업체가 ‘먹거리’를 중심으로 새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일유업은 상하농원을 통해 숙박시설, 수영장, 웨딩, 웨스트오션CC·고창CC 등과 제휴한 골프패키지 등을 운영하면서 기존 제조업과는 다른 사업영역에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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