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워킹대디 잘 해내고 싶어” 日 육아 新풍속도…직장서 짐싸는 ‘아빠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최근 일본에서 ‘일하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기업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육아를 이유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이를 위해 퇴직 혹은 이직을 택하는 이들이 덩달아 늘면서 생긴 변화다. 일부 기업들은 남성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 잔업을 금지하는 등 남성들의 일·육아 양립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많은 남성들이 야근이 없거나 유연근무가 가능한 직장으로의 이직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일본의 남성들이 지금까지 육아에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참여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변화가 특히 주목된다고 짚었다. 실제 올해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서구 국가들의 여성들이 가사 및 육아에 소비하는 이른바 ‘무상노동시시간’은 남성의 1.5배 수준인 반면, 일본 여성들의 경우 남성보다 5.5배나 많은 육아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이 증가하면서 남성들의 육아 참여도에 대한 생각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18~24세 독신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부부의 이상적인 일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여성이 출산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한다’는 응답이 역대 처음으로 ‘여성이 출산시 퇴직을 한 후 재취업을 해야한다’는 응답을 넘어섰다. 심지어 부부가 함께 일을 해야한다고 답한 남성들의 응답률은 지난 1987년 대비 4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근무 환경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소프트웨어 기업인 사이보우즈가 남성 사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육아가 시작되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은 이유로 ‘아내의 부담을 줄이고 싶어서’, ‘육아휴직이 끝나도 육아가 계속되기 때문’ 등을 들었다.

현재의 직장에서 일·육아 양립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빠’들의 이직 사례도 적지 않다. 일례로 금융업계에 몸 담아온 35세의 키쿠치 유키 씨는 최근 매일 밤 11시가 넘어서 퇴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야근이 적은 회계 사무소로 이직을 했다. 평일에는 두 살배기 딸의 얼굴조차 볼 수 없고,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육아까지 전적으로 떠맡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상사회사에서 근무해 온 한 20대 남성 역시 육아를 이유로 이직을 택했다. 그는 야근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보고, 이직을 결심했다고 닛케이에 설명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육아를 하는 워킹맘들이 승진을 바라기 어려운 관례의 워킹대디 버전이 현실화하고 있다”면서 “실제 일부 회사들은 야근을 하지 않으면 출세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고착화돼있다”고 전했다.

육아를 위해 회사를 떠나는 남성들이 늘자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베시의 한 기계부품 전문상사는 인사와 급여제도 개혁을 통해 전 사원들의 잔업시간을 크게 줄였다. 육아에 참여하는 특정 사원만을 위한 혜택은 기업 문화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아예 근무 방식 전반을 손질한 것이다. 덕분에 육아중인 사원들도 눈치를 보지 않고 야근을 하지 않게 됐고, 회사의 이직률 역시 지난 2014년 대비 지난해 10%포인트나 감소했다.

KPMG의 겨우 육아중인 사원이 육아 고민이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이른바 ‘워킹 페어런츠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사원의 10%가 참여하고 있는 이 네트워크 참가자의 40%는 남성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한 남성은 “같은 직장인으로서 공감대를 많이 나누면서, 일·육아 병행에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