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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굵직한 사건 다루는 ‘꼬꼬무’는 어떻게 차별화에 성공했나[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시사교양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지난 2일로 100회를 맞았다. 100회는 충격과 눈물로 얼룩진 1987년 여객기 폭파 사건을 조명했다. 게스트는 이정은과 옥주연, 이이경이 찾았다. 지난 9일에는 4개의 이름과 2구의 시신만 남겨놓고 종적을 감춘 여인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많다. 프로파일링과 새로운 수사기법도 소개된다. 몇몇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소속사를 두고 있기도 하는 등 셀럽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속에서 ‘꼬꼬무’는 어떤 차별성을 가진 프로그램일까? ‘꼬꼬무’는 방송인 장도연과 아나운서 장성규, 배우 장현성 등 세 명의 이야기꾼이 근현대사의 사건들을 일대일 대화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황성준 PD는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을 개인적 시선으로 끌고가 공감있게 풀어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87년 형제복지원 사건, 86년, 서진 룸싸롱 사건, 99년 화성 씨랜드 참사, 2008년 서울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1984년 서울 대홍수 등 수많은 사건을 다뤘다. 출연진은 어처구니 없는 씨랜드 사건 등에 울분과 분노를 표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투표를 통해 ‘꼬꼬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템 1위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으로 나타났다. 제작진은 “내년 상반기중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황성준 PD가 밝혔듯이, ‘꼬꼬무’는 굵직한 사건을 온몸으로 겪은 소시민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풀어간다. 10. 26 사건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당시 궁정동 요리사와 법정에서 유일하게 가벼운 처벌을 받았던 유석술 씨의 인터뷰를 보여준 것은 독특한 방식이다.

황 PD는 “그런 분들이 렌즈다. 딱딱한 이야기들도 좀 더 쉽게 풀어낼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이야기도 들여다볼 수 있다. 사건마다 편린들이 존재한다. ‘꼬꼬무’ 사회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듯하다. 지금부터 이런 작업을 더 해야 된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1대 1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는 방식의 장점에 대해 장성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언급해주는 프로가 ‘꼬꼬무’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많이 기억해준다. 1대1이 주는 형식때문인 것 같다. 초등학생은 30분 이상 집중하기가 어려운데, 1대 1 과외 할 때는 저만 바라보고 몰입할 수 있다”면서 “어린 친구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주었다. 나는 꼬꼬무의 김상중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장도연은 “다른 프로그램도 하고 있지만 꼬꼬무가 주는 힘이 있다. 이미지 세탁에 최고인 프로그램이다. 학교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장현성도 “이렇게 긴 작품을 해본 적이 없다. 2년간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는 게 많다. 꼬꼬무의 최불암 선생님을 노린다”고 전했다.

‘꼬꼬무’가 출연진을 변화시킨 부분도 있다. 장성규는 “야망이 달라졌다. 김성주, 전현무 아나운서가 롤모델이었다. ‘꼬꼬무’ 회차마다 등장하는 영웅들이 있는데, 이제 그 분들을 롤모델로 삼아야겠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길이다”고 덧붙였다.

장도연도 “책 한권만 읽은 사람이 무섭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책 안 읽는 길을 선택했다. 이제는 읽고 확인해야 하지 않나. 그 전과 바뀐 점은 관심이다. 알아야겠다는 관심이 생긴다. 기사를 한번 더 보게 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했을까를 생각하며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꼬꼬무’는 팩트가 우선이다. 팩트가 손상받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감을 위한 재미도 추구한다. 이에 대해 황 PD는 “꼬꼬무의 집단지성이 작용한다. 자정작용도 있다. 작가들이 과장의 유혹에 빠지려고 해도, 결국 그렇게 되지 않게 된다. 꼬꼬무는 결론을 명확히 내리기 보다 반쯤 열어놓는다. 답을 내리기보다 질문을 할 때도 있다”고 답했다.

장현성은 “누구와 대화를 나눌 때 일상 얘기가 대부분이다.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눠 상대의 얘기를 듣고 반응을 확인하는 건 드물다. 그런 시간이 일주일에 한번씩 생긴다. 그 분들의 말씀이 저를 더 많이 변화시킨다. 특별히 영향을 받아 게스트를 섭외하는 건 아니다. 귀만 가지오 와라고 한다. 녹화하고 나면 ‘이런 얘기를 이런 사람과 나눌 수 있을지 몰랐어’ 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분당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죄들이 자주 발생한다. ‘꼬꼬무’의 이 같은 유연한 형식이 말도 안되는 범죄들을 좀 더 쉽게 접근해 범죄 이유와 과거범죄와의 연관고리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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