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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불호령에 ‘역대 최대 실적’ 은행주 흔들
실적·금리·배당 ‘삼박자’에도
규제 리스크 재부각으로 부진

“한국 정부의 은행 정책 방향은 어떻습니까?” “코로나 끝났는데 왜 다시 횡재세 얘기가 나오는 겁니까?”

최근 들어 금융지주·은행에서 주가 관리를 담당하는 IR(기업설명활동) 부서는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이같은 문의가 빗발친다고 한다. 외국인 주주들은 KB·하나·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60~73%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은행주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더라도 매번 규제 리스크에 눌려 ‘저평가’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탓에 국내 상장 금융지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공산당이 대주주인 중국 4대 은행보다 낮은 상태다.

10일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은행 공공재, 독과점, 횡재세 초과이익 환수 이런 비판이 나왔을 때 마다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는다. 그때 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관치 금융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전 세계적으로 횡재세를 논의했던 터라 외국인들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와서 상생금융 등 사회공헌 압박이 왜 다시 커지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은행주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함에도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는 올 3분기까지 총 15조64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은 올 3분기 누적 순익이 4조3704억원으로 사상 최대였고, 하나금융도 2조9779억원의 사상 최대 순익을 냈다. 지방 금융지주에선 JB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으며 DGB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이미 지난 한 해를 뛰어넘었다.

국내 금융그룹은 올 연초부터 ‘고금리 이자장사’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연체율이 상승하는 여파 속에 대손충당금 등을 쌓으며 손실 완충력을 강화하는 데 힘써왔지만 결과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5대 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까지 적립한 충당금 규모는 6조88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6일 “은행 등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며 은행권을 지적했다.

은행주는 매번 규제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올 1월 KRX은행 지수(4대 금융지주와 지방은행 주가로 만든 지표)는 잇달은 주주환원 정책과 호실적 기대감에 힘입어 한때 726.26까지 오르며 반짝 강세를 달렸다. 그러나 올 2월, 은행의 이자장사가 과도하다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투심은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월 평균 추이를 살펴보면, 올 1월 693.61이었던 KRX은행지수는 ▷2월 654.7 ▷3월 601.4 ▷4월 602.2로 순으로 내리막을 탔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압박이 커질 때마다 적지 않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연초 횡재세 논의가 제기된 2~3월 동안 외국인이 금융업에서 팔아치운 규모만 66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순매수(7135억원) 흐름을 보인 코스피 지수와 대조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 때리기를 할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혼란스러워 하며 실제 매도 물량을 내놓고 있다”며 “정부가 횡재세 부과한다고 하면 배당도 이익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주가 만년 저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규제 등의 리스크로 실적이 꺾일 것이란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종노릇’ 발언에 이어 ‘은행 갑질’ 지적을 연이어 쏟아내자 또다시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주 은행주는 0.5% 하락해 코스피 상승률 2.8% 대비 2주 연속 초과 하락세를 기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 약세의 배경은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반영되고 은행권의 규제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혜림·김광우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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