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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남석 헌재소장 퇴임…“사건 처리 지연”
낙태죄 헌법불합치·군영창제 위헌 등 결정
사건 처리속도 지연…9월 기준 미제938건
사무차장 공석 당시 ‘결정 못내린다’ 목소리도
“중대한 판단, 신속한 결정 눈에 안띄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재판관 6년의 임기 마치고 10일 퇴임한다. 그간 낙태죄 헌법불합치, 군 영창제 위헌, 탄핵심판 등 사건을 결론 냈다. 하지만 사건 처리 속도가 줄어든데다 소장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 소장은 이날 11시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연다. 유 소장은 2017년 11월 11일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뒤 2018년 9월 21일 7대 헌재 소장으로 취임했다. 후임으로 지명된 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검증 절차와 동의 여부가 남아 소장 공석 상태에서 재판관 중 선임인 이은애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유 소장이 재판관으로 재직한 6년간 헌재는 낙태죄, 군 영창제, 검찰 수사권 축소 권한쟁의심판 사건, 임성근 전 부장판사·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등에 대해 결론냈다. 헌재는 2019년 4월 낙태한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 소장은 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과 함께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하면서 2012년 태아낙태죄 합헌 결정을 뒤집었다.

헌재는 2020년 9월 군인을 대상으로 한 영창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하면서 “신체의 자유 박탈은 징계 한계를 초과한다”고 판단했다. 4년 전 전투경찰 순경에 대한 징계영창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른바 ‘검수완박’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선 검찰 수사권 축소를 골자로 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입법 과정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절차는 문제가 있지만 개정된 법률 효력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유 소장은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과 함께 당시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헌법과 국회법 위반이 없어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 전 부장판사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에선 각각 각하, 기각했다.

하지만 장기간 결정 내리지 못한 미제 사건들은 갈수록 쌓이고 있다. 올해(8월 기준) 헌재 전체 사건 3471건 중 처리된 사건은 1895건이지만, 미제로 남은 사건은 1576건(45.4%)다. 이중 2년 이상 경과한 사건이 486건이다. 같은 기간 동안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732.5일로 2019년(480.4일)에 비해 급격히 늘어났다. 헌재법은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 기간을 넘겨 심리 중인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분류한다. 지난 9월 기준 미제사건은 총 938건이다.

법조계에선 유 소장의 리더십에 대한 아쉬운 평가도 나온다. 다수 헌재 사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과거 헌재는 사건의 성격이나 재판관들의 구성에 비춰보면 굉장히 치열하게 격론을 거쳐 결정을 한 예가 상당히 많았다. 헌재 합의체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좋은 결론이 뭔가를 놓고 서로 토론하는 게 장점이다”면서 “그러나 그런 사례가 전혀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생명력이 떨어졌다는 인상이 강하다”고 했다. 과거 헌재 사무차장 자리가 2년 공석이던 시기에는 내부적으로 “(유 소장이) 결정을 너무 못 내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또 다른 변호사는 “국회 법률, 국민 권리 구제를 위한 중대한 헌법기관임에도 사회의 변혁을 이끌 수 있는 눈에 띄는 중대한 판단이나 신속한 결정이 별로 없었다. 낙태죄 판단도 헌재가 아니라 일반 하급심에서도 판단할 수 있었을 수준일 뿐”이라며 “진보적, 보수적이든 용기 있는 판단, 국가 권력이나 정치권의 대척점에 설 수 있는 용기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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