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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하의 박정자도 긴장했다…신구·박근형과 함께 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내달 19일 국립극장서 개막
오경택 연출 “전작이 가장 부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신구 박정자 박근형 [파크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놓치면 평생 못할 것 같아 과욕을 부렸다.” (신구)

“연극학부 시절부터 열망이 있던 작품이다.” (박근형)

“초연 때부터 봐오며 경이감을 느꼈다. 내가 이 곳에 함께 하리라 상상도 못했다.”(박정자)

신구(87), 박근형(83), 박정자(81). 세 명의 연기신(神)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신구와 박근형은 여행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tvN)로 호흡을 맞췄지만, 정작 연기로는 ‘첫 만남’이다.

“두 선생님과 함께 하는 연습장에서 훨씬 더 긴장하게 돼요. 60년 이상 연극을 했지만, 두 선생님의 빛나는 연기를 보면서 매순간 감동해요.”

‘연극계 대모’ 박정자는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12월 19일~2월 18일, 국립극장 달오름)에 대해 감격에 겨운 듯 이렇게 말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쓴 부조리극이다.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가 고도라는 인물을 이 기다리며 그 안에서 인간 존재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감성적인 에스트라공을 맡게 된 신구는 “병력도 있고, 나이도 부담이다. 그 많은 대사를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주저해 처음엔 거절했다”며 “하지만 내 진을 모두 토해낸다면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근형은 이지적인 블라디미르(디디)를 맡아 “지금까지의 나와 다른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부담과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근형은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에 도전을 멈추지 않을꺼라 설사 망친다 해도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박정자는 럭키를 연기한다. 짐꾼이자 노예인 럭키는 역할의 특성상 육체적으로 고단하다 보니 대체로 남자 배우가 맡는다. 실제로 이 무대에서 여배우가 럭키 역을 하는 것은 박정자가 처음이다. 박정자는 “한 인간을 이야기하는 데 남녀의 구분은 없다”고 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파크컴퍼니 제공]

60대에 막내가 된 배우 김학철(63)은 럭키의 권위적인 주인인 포조 역을 맡았다. 그는 “드디어 막내가 돼 황홀하다”며 “캐스팅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네 배우의 연기 경력을 합치면 무려 227년이다.

고고와 디디가 기다리는 ‘고도’는 저마다의 관점에 따라 달리 다가온다. 신구는 “우리는 신이든, 자유든, 희망이든 실체나 형태가 없는 대상을 기다린다”며 “채워지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희망이다. 희망이 없으면 죽게 된다”고 말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난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막을 올렸고, 국내에선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연출을 통해 1969~2019년까지 50년 간 무려 1500회 이상 무대에 올랐다. 배우 전무송, 정동환 등이 거쳤다.

거장 연출가의 바통을 이어받은 오경택(49) 연출가는 “가장 큰 부담은 전작”이라며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기에, 선생님들이 쌓아올린 배우로서 시간의 힘이 충돌하면 다른 느낌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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