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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년 넘게 이어져온 향교…대법 “부지 국유재산 이유로 변상금 부과 부당”
강원도향교재단이 낸 변상금 처분 취소소송
강원 삼척향교 부지 점유 변상금 처분 관련
대법, 원고 패소한 원심 깨고 서울고법으로
“국가 소유권 취득 때부터 부지 점유 용인으로 볼 수 있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문화재 부지가 국가 소유라는 이유로 이를 오랜 기간 관리·운용한 재단법인에 부지 사용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재단법인 강원도향교재단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18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강원도향교재단은 향교재산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삼척향교를 소유·관리·운용해왔다. 삼척향교는 1468년부터 현재 장소에 이어져 온 조선시대 향교로 1985년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삼척향교 부지는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돼 있다.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유재산 관리 사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재단 측이 삼척향교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며 총 5980여만원의 변상금을 부과 처분했다.

국유재산법 72조는 일부 예외 사유를 제외하고 중앙관서의 장 등은 무단 점유자에 대해 그 재산에 대한 사용료나 대부료에 대한 변상금을 징수하도록 규정한다. 그러자 재단 측은 변상금 부과처분이 무효라며 2021년 9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삼척향교의 부지에 대한 재단 측의 점유 권원(權原·법률적으로 정당화 하는 근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반면 대법원은 재단 측에 삼척향교 부지에 대한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 할 법적 지위가 있어 국유재산법의 변상금 부과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삼척향교는 1468년부터 현재 장소에 있었는데, 토지에 대한 점유는 대한민국 건국보다 먼저 시작됐을 뿐만 아니라 수백 년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며 “국가는 삼척향교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부터 이미 삼척항교 관리·운용 주체의 부지 점유·사용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교재산법과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재단 측은 법률상 삼척향교를 소유하도록 강제되고 임의로 그 부지의 점유·사용을 종료하는 것도 금지된다면서, 법치주의 및 자기책임 원리에 비춰 해당 법률이 재단 측에 삼척향교 부지에 대한 점유·사용의 권원 내지 지위를 설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책무를 국가에 부과하고 있는데,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그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 사건 각 토지를 재단 측에 점유·사용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단이 부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국유재산법에서 변상금 부과의 예외 사유로 정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불가피한 사유로 국유재산을 점유하게 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국가가 삼척향교 부지에 관해 약 100년 동안 사용료·대부료나 변상금을 요구한 적이 없었으므로 삼척향교의 관리·운용 주체에게 그 부지의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교의 유지·보존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행위에 대해 국가가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음을 명시적으로 선언했다는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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