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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기 되찾은 창신동 완구거리
저출산으로 한산했던 ‘장난감 천국’
외국관광객·유커 유입으로 부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안효정 기자

“오늘 1시간 동안 여기 돌아다니면서 아들이랑 딸에게 줄 장난감을 한가득 샀어요.”

8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쥬쥬(35) 씨가 비닐봉지에 담긴 장난감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7박 8일 일정으로 여행을 왔다. 쥬쥬 씨는 “인터넷에서 ‘한국 여행 때 가볼 만한 곳’으로 창신동 문구·완구거리가 소개된 걸 보고 찾아왔다”며 “중국에선 이곳만큼 다양한 한국 장난감들을 구경하고 살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저출산 시대 선물 줄 아이가 없어 찾는 이도 없었던 창신동 문구·완구거리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지난 8월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이 재개된 이후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이 늘면서다. 여기에 캐치 티니핑, 아기상어 핑크퐁,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 한국 캐릭터의 국제적 인기가 높아진 점도 시장의 활기를 더했다.

창신동에서 완구상점을 운영하는 송정훈(36) 씨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로보카 폴리, 캐치 티니핑, 아기상어 핑크퐁 등 다양한 한국 캐릭터들을 알고서 가게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외국인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오는데 그때 보면 아이들이 한국 캐릭터가 그려진 장난감을 많이 고른다”고 했다.

‘유커’ 외 미국, 대만, 일본 등의 국적을 가진 관광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온 샐리(69) 씨와 대니(70) 씨는 장난감을 구매하지 않았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샐리 씨는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장난감이 많은 것 같다”며 “손자가 있었으면 하나라도 샀을 것 같다”고 했다. 대만에서 온 모모(31) 씨는 “SNS에서 이곳 사진을 보고 ‘장난감 천국’이라고 생각했다. 꼭 와보고 싶었다”며 “대만에도 이렇게 장난감 특화거리가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는 현재 국내 손님이 많지 않다. 저출산으로 주요 구매층이 줄어든 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형·장난감 관련 제조업체의 생산액은 2003년 3705억원에서 2019년 2806억원으로 약 900억원 감소했다. 사업체 수도 해당 기간 동안 219개에서 69개로 64.49% 줄었다.

이날 문구·완구거리에서 만난 상인 이모 씨도 “애를 안 낳는데 여길 오겠느냐. 애를 낳아야 인형이든 게임기든 사줄 것 아닌가”라며 “이 거리는 국내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완구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올해 9월 들어서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와 구경도 하고 장난감도 사간다”며 “그전까진 평일은 시들시들했다. 주말 돼야 한 두명씩 사람들이 구경하러 나오는 정도였다”고 했다.

상인들은 최근 들어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상권 회복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 거리 완구가게에서 일하는 30대 직원 박모 씨는 “그래도 9~10월엔 하루 평균 200명 정도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왔다. 주로 손주나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한국 장난감들을 찾았다”며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미국, 인도네시아 등 가게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적도 다양하다”고 했다. 박씨는 “작년 이맘때보다 20~30%는 판매량이 늘었다. 모처럼 거리에 활기가 도는 듯하다”고 말했다. 안효정 기자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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