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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분 팔아 현금 쌓는 IT업계 “싸게라도 넘길 수밖에” [무너지는 IT업계]
주식시장 침체, 지분가치 하락에도 매각
넷마블, 하이브 주식 5200억원에 처분
M&A로 불어난 차입금상환·유동성확보
국내 IT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보유 주식을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IT기업이 몰려 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일대 전경. 임세준 기자

“현금확보에 ‘비상’...지금 싸게라도 팔 수밖에”

국내 IT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보유 주식을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보유 지분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과 개발자 충원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자 싸게라도 주식을 팔아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하이브 주식 25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처분금액은 5235억원이다. 2018년 5월 하이브 주식을 처음 사들인 넷마블은 이번 매각으로 보유 지분이 18.08%에서 12.08%로 줄어든다. 넷마블 측은 이번 주식매각 목적에 대해 ‘유동성 확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10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CJ그룹에서 독립해 넷마블게임즈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에 빠졌다. 이날 발표한 올 3분기 실적에서는 2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7분기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을 기점으로 업계 내 경쟁적인 개발자 연봉 인상과 인원 증가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반면 기존 출시작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넷마블은 올해 1~3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마케팅비와 인건비 등 비용 전반을 통제하며 수익성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2021년 2조6000억원을 들여 미국 소셜카지노업체 스핀엑스(SpinX)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어난 차입금이 여전히 재무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차입금은 2조2700억원 규모로, 연간 이자 비용은 약 1300억원 수준이다. 금리 부담이 계속 커지면서 이자 비용 절감이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번 하이브 주식 매각으로 차입금 상환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다.

넷마블 지분 21.78%를 보유한 CJ ENM도 지분 매각 등의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CJ ENM은 TV 광고시장의 위축과 미국 스튜디오 자회사 피프스 시즌의 부진, 투자한 영화의 흥행 실패 등으로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가 800억원에 달한다.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51.3%다.

앞서 구창근 CJ ENM 대표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동산 및 주식 매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보유한 넷마블 지분 매각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넷마블의 지속되는 적자로 CJ ENM의 연결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CJ ENM은 이미 올 1분기에 삼성생명(0.2%)·LG헬로비전(1.5%) 지분을 모두 매각한 바 있다. 2011년 삼성생명 주식을 850억원에, 2010년 LG헬로비전 주식을 183억원에 사들여 10년 넘게 보유해왔으나 이번에 전량 처분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빌리프랩 주식 72만8000주 전량(51.48%)을 하이브에 매각해 1471억원을 확보했다. 하이브와 합작해 설립한 빌리프랩은 남성 아이돌그룹 엔하이픈이 소속돼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면서 CJ ENM은 빌리프랩 주식 처분을 이달 7일 마무리했다.

2015년 이후 7년 만인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6월 자회사 안테나 지분 100% 중 42.03%를 안테나 창업자이자 가수 유희열 대표와 방송인 유재석 씨에게 약 63억원에 처분했다.

지난해 카카오엔터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8648억원으로, 2021년(1조2469억원) 대비 50% 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6억원에서 -13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올 3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1조2500억원을 투입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카카오엔터는 올해 들어 타파스 한국법인, 스토리 부문 자회사 레전더리스, 사운디스트엔터테인먼트 등 자회사 지분을 청산하면서 수익성 개선 및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IT업계에서는 카페24가 8월 자회사 핌즈 지분을 매각해 336억8000만원을 확보했으며 지란지교시큐리티도 빅데이터 기업 모비젠 지분을 123억원에 매각했다. 두 회사 모두 지분 매각 목적에 대해 재무구조 건전성 확보라고 설명했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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