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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연구진, 데이트폭력 ‘악몽’ 지울 방법 찾았다
- 기초과학연구원 강봉균 단장, 공포기억 조절하는 신경세포 작용기전 입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123RF]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매일 밤마다 떠오르는 전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 공포기억, 정말 지울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단초를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학습 및 기억 연구그룹 강봉균 단장(서울대학교) 연구팀은 특정 뇌 영역에 있는 신경 회로의 시냅스를 표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기억저장 세포와 주변의 억제성 신경세포가 맺고 있는 국소적인 시냅스를 시각화함으로써 억제성 신경세포가 공포 기억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뇌의 한 영역 내에 있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국소 시냅스를 표지할 수 있는 새로운 ‘LCD-eGRASP’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공포와 관련된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저외측편도체의 억제성 신경세포가 기억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밀폐된 챔버에서 생쥐에게 전기자극을 가해 공포 기억을 형성시키는 공포 기억 학습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저외측편도체의 억제성 신경세포 중 하나인 소마토스타틴 인터뉴런 인터뉴런의 일부 집단이 공포 기억 형성 시 특이적으로 활성화되며, 기저외측편도체의 기억저장 세포들과 더 많은 시냅스를 형성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공포 기억에 활성화된 소마토스타틴 인터뉴런은 그렇지 않은 소마토스타틴 인터뉴런에 비해 더 높은 신경 흥분성을 보이며, 공포 기억저장 세포의 활동을 억제했다.

기저외측편도체 내 시냅스 표지.[IBS 제공]

소마토스타틴 인터뉴런을 인위적으로 억제했을 때에는 공포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나며, 반대로 활성화하는 경우에는 공포와 관련된 불안 반응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소마토스타틴 인터뉴런의 활성화 상태에 따라 공포 기억 반응에 직간접적 변화가 나타남을 의미하며, 억제성 뉴런도 기억저장 세포와 조화를 이뤄 기억의 적절한 회상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을 시사한다.

강봉균 단장은 “흥분성 기억저장 세포에 집중한 기존 연구에서 한 단계 나아가 국소 영역에서 억제성 신경세포의 역할을 규명하고, 억제성 인터뉴런을 통한 기억 조절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며 “향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질병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런(Neuron)’ 11월 9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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