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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형칼에 교육청서 ‘공문’까지…잭나이프 모양 당근칼 초등생 유행
칼 모양이 ‘당근’ 닮았다는 당근 칼
완구점 사장 “없어서 못 팔 지경”
규제 없어 초등생도 쉽게 구매 가능
잭 나이프형 당근 칼.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반 애들 20명 중에서 절반은 가지고 다녀요. 저도 친구들한테 생일 선물로 받았어요. 틱톡에서 유행이라고. 가짜 칼이니까 위험하다고는 생각이 안 들어요. 손에 착착 감기고요.” (서울 A 초등학교 6학년 김모 양)

초등학생 사이에서 당근 칼이 유행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근칼을 휘두르며 장난을 치는 폭력적인 놀이 문화가 확산되자 지역의 한 교육청이 당근 칼을 주의해 달라는 공문까지 뿌렸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은 지난달 30일 관내 초등학교 중학교 37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학부모들에게 당근 칼 구매와 소지를 방지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학생들이 당근 칼을 가지고 다니면서 장난을 치거나, 놀이 문화가 형성되지 않도록 예방해 달라고 초·중학교에 요청했다”며 “학교에서 당근 칼 소지에 대해서도 유의해서 살펴봐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 완구점 앞에 10종류가 넘는 당근 칼이 가판대 위에 진열 돼 있다. 박지영 기자.

7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동대문구 완구거리를 찾았더니, 가판대에 당근 칼을 가져다 놓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종류도 다양했다. 하나에 1600원에서 5000원 정도로 가격이 형성돼있다. 세로 3㎝, 가로 6㎝로 한 손에 잡히는 당근 칼부터 칼날이 2개 달려 있는 당근 칼, 야광 당근 칼, 잭 나이프를 쏙 닮은 당근 칼, 총 모양을 본 뜬 당근 칼, 세로 5㎝, 가로 12㎝ 크기의 대형 당근 칼까지 종류가 수십 개는 넘었다. 60대 중반 완구점 사장 박모 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야광 당근 칼이 가장 인기”라며 “종류가 100가지는 된다”고 했다. 문구점 소매상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문구점에 남아있던 야광 당근 칼 16개를 모두 사 가기도 했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서 구매한 당근 칼. 당근 칼 종류는 100여 가지를 넘는다고 한다. 박지영 기자.

완구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당근 칼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완구점 사장 송모(68) 씨는 “완구점에 방문한 손님 10명 중에 7명은 당근 칼을 사간다. 하루에 12개 짜리 10박스씩은 떼 오는데, 너무 인기가 많아서 품귀 현상을 빚는 정도”라며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 보니까 유튜브를 보고 사러 오는 학생들이 많다. 딸각 딸각하는 소리가 중독적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한 완구점에서 팔고 있는 ‘카람빗’ 나이프 모양의 장난감. 박지영 기자.

완구점을 운영하는 60대 중반 김모 씨는 “예전에 발리송이라고 하는 칼 같은 게 유행이었는데 단속 나오고 못 팔게 하면서 발리송을 변형시켜서 칼날을 두툼하게 만든 게 당근 칼”이라며 “아이들이 하도 많이 찾아서 태권도 학원 같은 단골 손님들도 많이 찾는 편”이라고 했다. 소위 버터플라이 나이프로 불리는 발리송은 접이식 칼의 일종으로, 날이 날카롭지 않은 것도 있으나 금속제라 묘기를 따라하다 다칠 우려가 높았다.

당근 칼을 검색하면 유튜브에 나오는 영상들. 박지영 기자.

유튜브나 틱톡에서는 당근 칼 관련 게시물이 넘쳐 나고 있다.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인 틱톡에서 ‘당근 칼’을 검색하니 당근 칼 기술, 당근 칼 돌리는 법 등이 연관 검색어로 떴다. 유튜브에서도 ‘요즘 학교에서 (당근 칼) 쓸 줄 모르면 아웃’이라며 당근 칼을 돌리는 법을 설명하는 게시물이 다수 있었다. 서울 B 초등학교 6학년 전모 군은 “학교에 칼을 가지고 오는 것 자체가 위험해 보인다”면서도 “한 반에 절반 이상 당근 칼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40대 A 씨는 “학교 앞 문구점에서 나이 확인도 안하고 팔더라”면서 “가지고 놀다가 다칠 가능성도 높은데, 규제도 없이 아이들이 손 닿는 곳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게 걱정스럽다”고 했다.

학부모 B씨는 “요즘 묻지마 흉기난동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데 왜 이런 장난감이 유행을 하는건지 속상하다”며 “남녀 할 것 없이 아이들이 당근 칼을 휘두르고 돌리며 가지고 논다. 처음에 보고 기겁을 했다”고 했다. 실제로 당근 칼 사용 연령은 ‘14세 이상’이지만,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과 무인 문구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어 초등학생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위험하게 진화하는 장난감에 대한 신속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관찰 학습이라는 이론에 따르면 흉기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게 되면 흉기를 이용한 상해, 자타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들 눈에 안 보이게, 소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처럼 아이들은 힘이 센 도구가 있으면 힘이 세진다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런 장난감을 규제하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이들 장난감은 빨리 진화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내포된 장난감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유해 물건을 지정하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에서 유해성이 입증이 되면 청소년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서 청소년 유해 물건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서 “유해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검토해 유해 물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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