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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자는 멀리 봐야 한다” 최태원 회장 ‘뚝심’이 SK 청사진 원동력으로 [비즈360]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 국회 토론회
“SK하이닉스 인수가 SK의 BBC 질적 확장 시작점”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씨앗 키우는 장기 투자 주효”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이 2015년 8월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 방진복을 입고 사업장을 돌아보고 있다. 2012년 3월 최 회장의 결단으로 하이닉스가 SK로 편입됐다. [SK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한영대 기자] “하이닉스 인수는 국가 경제를 위한 것이다. 재무 부담이 커 인수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경영자는 멀리 봐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하이닉스 인수 추진 중에 최고경영진에게 이렇게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의 이 한마디가 SK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을 정하는 분기점이 됐다.

SK그룹이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를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로 구축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SK하이닉스 인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결성한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이 국회 본청에서 ‘SK의 BBC-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경영의 시사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SK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경영진의 결단력과 선도적인 경영혁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등을 꼽았다.

7일 국회 본청에서 ‘SK의 BBC-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경영의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경묵 서울대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양대근 기자

이 교수는 지난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와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그리고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까지 그룹의 명운을 가른 인수합병(M&A) 상황에서 당시 리더들이 미래에 대한 안목과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퀀텀점프(대도약)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M&A 사례와 관련 이 교수는 “(현대전자가) 2008년부터 매물로 나왔으나 대규모 누적적자와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당시 인수하려는 기업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반대하는 경영진을 직접 설득하는 등 2년에 걸쳐 치밀한 인수 준비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 인수 직후 3조9000억원, 지난해 19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반도체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뤘고 동시에 글로벌 탑티어 회사로 발돋움했다”면서 “이를 통해 SK가 BBC 등 그린·첨단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이는 질적 확장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자체적인 경영혁신을 통한 변화도 SK의 성장을 이끈 양대축으로 꼽힌다.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으로 정립한 SKMS(SK Management System)는 지난 40여년 동안 변화하는 경영 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게 개정돼 왔다.

이를 통해 인사 및 연구개발 관리, 그룹 내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SUPEX) 추구개념 정립을 비롯해 최근에는 이해관계자 행복 추구, 사회적 가치 추구를 SKMS에 반영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시대적 요구를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2010년 도입한 사회적 가치 경영이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으로 진화했다”면서 “2017년에는 ‘딥 체인지’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재계 변화를 주도해 왔다”고 분석했다.

질적인 성장과 함께 양적인 성장도 이뤄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 회장이 SK㈜ 회장으로 취임했던 1998년 당시 32조8000억원이던 SK그룹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27조3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그 사이 재계 순위도 5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배와 9.4배 증가했고, 수출액 역시 10배로 훌쩍 뛰었다.

이 교수는 종합적으로 “SK그룹은 소유경영체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총수의 역량과 그릇의 크기에 따라 성장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7일 국회 본청에서 ‘SK의 BBC-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경영의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병욱(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양대근 기자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연사로 나섰다. SK바이오팜은 현재 국내 바이오 기업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하게 미국에서 신약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이 사장은 “최 선대회장의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 투자와 혜안으로 (그룹 차원에서) 일관성 있는 전략 방향성을 가지고 위기 상황에서도 사업을 접지 않고 투자가 지속됐다”면서 “씨앗을 키워나가는 장기 관점의 투자가 SK바이오팜이 시가총액 6조원 회사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빅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겠다는 새로운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자체 개발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가 주목을 받는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기업으로 처음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품목허가 획득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탄생시킨 글로벌 신약이다. SK바이오팜은 이 신약의 미국 시장 직접판매를 위해 100%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를 현지에 설립해, 자체 영업망을 구축한 바 있다.

의원모임의 대표 역할을 맡은 김병욱 의원은 “SK그룹의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책임경영의 효과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번 토론이 한국 미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지체 없는 정책과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상황에서 정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경제정책 주요 목표로 국내 산업과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데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면서 “주요 국가들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에 우리도 노동시장 유연화 등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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